[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로 내홍에 빠졌다. 비박(비박근혜) 의원들 50여명은 31일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최순실씨 논란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들어 있던 당내 계파투쟁이 다시 촉발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김학용 의원의 주도로 비박 의원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 회동을 통해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연판장 서명에 나섰으며 의원총회 소집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회동에는 김무성, 심재철,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권성동,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홍일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동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불참한 의원까지 합하면 모두 5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현재 당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지 않느냐"면서 "또 국민 앞에 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지도부로 보기 어렵다고 보기에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당이 국정의 중심과 주도권을 갖고 이끌어 나가도록 전면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며 "참석 의원들은 이번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고 해결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강구하고, 대통령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현시점에서 국정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한 만큼 조속히 거국내각을 구성하도록 정치권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 모임과는 별개로 새누리당 의원 21명도 전날 최순실 파문의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은 별도의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이 모임 소속 의원의 다수는 이날 오전의 비박 모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는 김세연, 김영우, 홍일표, 경대수, 박인숙, 오신환, 정양석, 정용기, 하태경, 정운천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아직은 내가 못 들어봤다"며 비박 의원들의 의원총회 소집요구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언제든지(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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