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5대건설사 다이세이건설 시마무라 환경본부장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치를 정한 파리기후변화협정 발효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어수선한 정국 탓에 우리 정부나 국회에서는 한발짝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온실가스 배출 상위 3개 국가인 중국과 미국, 인도를 비롯한 75개 국가가 비준해 당장 내달 4일부터 자발적 감축안이 발효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전지구차원의 움직임인만큼 건설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건물이나 시설을 짓고 이후 운용, 개ㆍ보수, 해체하는 전 단계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절반 가량이 건설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한다.
일본 다이세이건설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환경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온 기업으로 꼽힌다. 일본 5대 건설사 가운데 한곳인 이 회사의 카즈유키 시마무라 환경본부장은 "국제적인 협약에 따라 정부가 중장기적인 탄소배출 저감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기존 제조업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반면 주택이나 오피스 등 건축물분야는 그렇지 못한 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마무라 본부장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차 방한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건설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한 이번 세미나에는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학계ㆍ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그는 "일본 정부 역시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정했고 주택ㆍ오피스분야는 2030년까지 40%까지 감축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방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세이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5459억엔(한화 16조8357억원)으로 오바야시건설 등과 일본 내에서 상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업체다. 국내외 경기부진에 따라 일본 건설시장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진 못하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기후환경분야와 관련해 업체간 연구개발(R&D) 경쟁은 치열하다고 그는 전했다.
이 회사는 올해 7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3가지가 환경문제와 직접 관련된 것이었다. 시마무라 본부장은 "경쟁업체에 한발 앞서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에 20억달러를 지원해달라고 얘기했고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람의 온도를 감지한 센서를 개발해 대형 건축물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회사다. 기존에는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조명이나 공조설비 등을 제어했다면 이 회사가 개발한 센서는 사람의 온도를 감지할 수 있어 건물 내 사람이 없으면 즉각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그는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효율 연료전지로 충당하는 방식도 연구중"이라며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규제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 회사 연구진들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대지진으로 국내에서도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진에 대비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지진에 견디는 건물을 지을 때 저층건물은 5~10% 가량 비용이 더 들 수도 있겠지만 고층 건물의 경우 바닥 면진설계를 하거나 기둥을 두껍게 하는 게 비용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비용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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