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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대체 바늘방석…안전이 우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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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30년 베테랑 기관사
"후배에게 미안…승객 편의 위해 그냥 있을 수 없었다"


"파업 대체 바늘방석…안전이 우선이죠" 대체 기관사 박모씨가 25일 오전 인천행 전철을 운전하고 있다. 문호남 인턴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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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열차 출발합니다." 25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인천행 전철은 유유히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이 전철 운행을 맡은 이는 박모(62)씨. 이른바 '대체기관사'다. 2012년 6월 퇴직 후 쉬고 있던 그다. 그러던 중 최근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며 코레일이 대체인력 채용에 나서자 여기에 응해 현장에 다시 돌아왔다. 박씨 외에 운전실에서 출입문 개폐 업무 등을 담당하는 차장도 군(軍)에서 파견 나와 근무 중이다. 전철 운행의 핵심인 기관사와 전철차장 모두 대체인력이란 얘기다. 그의 심경은 어떨까. '다시 일하게 돼 기쁘다'는 점이 우선일까, 장기 파업 대열에 선 후배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먼저일까. 양해를 구하고 운전실에 동석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유야 어찌됐든 후배들이 잠시 비운자리에 앉아있으니 미안하기도하고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죠." 그의 첫마디가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런데 승객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으려면,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누군가는 전철을 몰아야 하잖아요. 30년 넘게 운전한 내가 하는게 안전하겠다 싶어 나온거에요."


그는 철도파업 첫날인 지난달 27일부터 다시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3년부터 2012년까지 40년 가까이 전철을 운전한 베테랑이다. 퇴직 후에도 꾸준히 1년에 네 차례 보수교육을 받았다. 투입에 직전엔 사흘간 대체교육도 받았다. 안전운전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코레일은 파업 등에 따른 비상수송시의 대체기관사 지원인력의 운전기량 향상을 위해 퇴직기관사를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70세 이하 기관사를 대상으로 본인이 대체기관사 승무를 거부할 때까지 해야 한다.


박씨가 운전대를 잡은 전철은 부평과 주안을 거쳐 동인천에서 방향을 바꿔 용산을 돌아오는 급행열차. 구로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2시간가량 열차를 운전하고 구로역 승무사업소에서 1시간 이상 휴식을 취한다. 기관실은 객실보다 소음과 진동이 심해 피로도가 더 높다. 박 기관사는 "현직일 때는 사흘 일하고 하루 쉬었는데 지금은 이틀 일하곤 쉰다"며 "현직 때보다 바짝안전사고 의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동인천역 지상구간을 오가는 전철 차량은 운행에 투입된 지 25년이 훌쩍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탓에 출입문에 맞춰 정확하게 정차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퇴직기관사가 이 구간에 집중 배치되는 이유다. 그가 이날 운행한 전철은 출입문과 오차가 20㎝를 넘지 않았다. 승객들이 오르내릴 때 이 정도는 지켜야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오차가 40㎝를 넘게 되면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는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코레일이 90.2%, 서울메트로가 9.8%를 맡아 운행한다. 다른 지하철과 달리 파업으로 인한 감축 운행이 불가피한 구조다. 평소엔 코레일 소속 기관사 1259명이 근무하는데 파업 때엔 필수인력 801명(63.4%)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체기관사로 채워진다. 이번 파업 기간에는 퇴직자 38명을 포함해 외부에서 185명, 내부에서 충원한 177명 등 총 362명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 평소 92.4% 수준의 기관사로 전철을 운행하는 셈이다. 이 탓에 열차 운행횟수는 평소의 90%로 줄었다.


이렇다보니 박씨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안전이다. 오른손은 브레이크인 제동제어기에, 왼손은 엑셀인 주간제어기를 쥐고 시선은 전방의 선로와 신호등을 주시하며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보니 순간적인 실수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 중에는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부평역에서 백운역을 향해 갈 때는 "선로에 승객이 가까이 서 있다"는 무전이 오자 박 기관사는 선로를 더 세심히 살피며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백운역을 통과했다.


"저도 퇴직 전엔 노조원이었으니 후배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파업은 안 하는게 제일 좋죠. 꼭 철도를 이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말이죠. 합의가 원만히 이뤄져 파업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다시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전철을 운행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운전대를 꼭 잡고 전방을 응시하며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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