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지인인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유출한 내용을 인정했다고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춘추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 씨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단 취임 전후의 시기만 도움을 받았을 뿐, 보좌진이 완비된 후에는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개인과 기밀을 공유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JTBC의 보도를 인용, "최 씨는 박 대통령의 멘토인 고 최태민씨의 딸로, 공직자가 아님에도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최 씨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기업들에게 재단 설립자금을 모아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영국 인콰이어러지는 "박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의 한 가운데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과의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그러나 최 씨와 부패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사과 소식을 전하며 "박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친구에게 전달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스캔들로 인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의도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은 향후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ANN방송은 "(박 대통령이) 기밀 정보를 친구인 여성에게 흘렸다"며 "최 씨는 (미르·스포츠K재단) 출자를 둘러싼 의혹도 있는 인물로, 이번 사건은 향후 박 정권의 운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국가 중요기밀인 박 대통령의 연설 초안과 국무회의 자료를 최 씨가 미리 받았다며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나 관련 공무원 등 일부에 한정되어 있으며, 공직에 있지 않은 최 씨에게 기밀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인인 최 씨가 물밑에서 국정에 개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인정했다"며 "박 정권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고, 나머지 1년 4개월간의 임기동안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세월호 보도 때문에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던 산케이는 관련기사 두 건을 인터넷판 전면에 배치하며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대통령의 사과 사실을 보도하며 "밀실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레임덕화가 단번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며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내고 사과하는 것은 2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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