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별 쟁점 산적…지난해 이어 법정기한 넘길까 우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회가 24일 본격적인 예산정국에 돌입한 가운데 '송민순 회고록' '최순실 게이트' 등 각종 의혹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과 연관된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한 반면, 새누리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정쟁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시작부터 여야가 파열음을 내는 모양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첫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해 "북한은 문재인 구하기에 급급한 듯하다"며 북한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런 찌질한 거짓말을 하지 마시고 국민 앞에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예산안 심사가 정치 쟁점과 연계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일부 언론조사에서 90%가 넘는 국민이 현재 경제상황이 위기라고 답하고 있다. 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더 이상 정쟁해선 안 된다"며 "여소야대 지형에서 의회민주주의 근본적으로 흔들었던 국회의장과 야당 예결위원장은 심도있는 예산안 협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 재정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며 예산안의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또한 민주당은 최순실, 미르재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일명 '비선실세 국정농단 예산' 1600억원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이날부터 국회는 각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소관 부처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가 '뇌관'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5조2000억원 가량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특별회계 신설에 반대하며 전액 삭감을 예고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법인세 인상 등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 법리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세소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법안 심사가 이뤄지는데, 민주당의 김태년·박영선·송영길·이언주 등 막강한 '공격수'들이 포진해있어 여당과의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등 고소득자ㆍ고수익 법인에 대한 과세강화를 통해 연평균 4조6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난 뒤 의원총회를 열고 야권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당내 의원들과 논의했다. 당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ㆍ일자리 감소와 경기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창조경제 관련 예산, 국방위는 북핵ㆍ미사일 대비 방위력 확충 예산, 정무위에서는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사업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 외에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 한일 위안부합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등 각종 쟁점이 산적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6년도 예산안도 누리과정 예산과 각 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이 맞물려 법정시한을 넘겨 지난해 12월3일 0시48분에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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