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백남기 투쟁본부가 오는 23일 오전 경찰의 고(故) 백남기 농민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 집행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여 함께 지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살인정권 규탄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갖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하게 한 책임자를 처벌과 부검영장 집행 중단을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투쟁본부 관계자는 "믿을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내일 아침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경찰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끝까지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5일이 부검영장 시효 만료이기 때문에 집행을 하려면 내일이나 모레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회의원실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20일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6번째 부검 관련 협조 공문을 보내고 22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투쟁본부는 이날 경찰의 6차 협의 요구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사인이 명백하고,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부검은 필요치 않다"며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백씨의 시신에 경찰의 손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이 백씨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강제 집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시신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상주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이 집행을 시도할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투쟁본부와 시민지킴이들은 영장 시효가 만료되는 25일까지 머무르며 총력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시민지킴이 홍경희 씨는 "정부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정치적 색깔 입히고 함께한 이들을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는 부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상식적인 우리는 부검이 아니라 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의 첫째 딸 도라지씨는 "이 사건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시민과 시민지킴이, 종교인들과 함께 경찰이 더 이상 불법을 행하지 못하게 저지할 것"이라며 "부검영장 철회는 살인집단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부검영장 집행과 관련돼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투쟁본부는 청계천 광통교 일대에서 추모대회를 진행하고 청계천 남측 예금보험공사를 시작으로 종로4가를 지나 백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내가 백남기다', '국가폭력 끝장내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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