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절벽 현실화ㆍ경기 불황 여파 '이중고'
"반사이익 없어"…'저렴이' 식당가도 매출 '뚝'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만남 자체를 자제하다보니 한 달 만에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한 직화전문점은 저녁시간이 가까웠지만 10여 테이블 중 손님이 채워진 곳은 2 테이블뿐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12시. 을지로3가 인근에 위치한 한 고급일식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날 3만원이 넘는 메뉴 이용 고객들을 위한 룸은 텅 비었고, 점심시간이면 손님들로 가득 채워지는 홀도 4~5 테이블만 채워졌다. 한 고객은 종업원에게 1만원대 식사 메뉴판을 가져다 달라고 주문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음식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사 접대 금액을 3만원 이하로 제한하면서 고급 한정식집은 물론 1만원대 음식점들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던 1만원대 식당들도 만남 자체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 일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3만원 이상이던 주 메뉴에 1만원대 메뉴를 추가했다"며 "단가가 낮아지다 보니 매출도 반토막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남 자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예약률도 현저하게 감소했다. A씨는 "메뉴 단가도 낮췄는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걱정"이라며 "주변에서 곧 나아질 거라고 위로하지만 당장 이달 임대료가 걱정인 자영업자들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부 고객들은 1만원대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혹시나 재수 없으면'하는 마음이 들어 약속 자체를 피한다"고 덧붙였다.
각자 계산(더치페이)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점도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했다. 1만원대 메뉴를 운영 중인 B씨는 "한 번은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단체 손님 12명이 7000원짜리 식사 계산을 위해 각각 카드를 내밀어 홀이 마비가 됐었다"며 "종업원 한 명이 카운터만 지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계산을 위해 직원 한 명을 더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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