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총학생회 "사태 지켜보겠다"
野 3당도 철저한 조사 촉구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기하영 기자] 석달 가까이 이어진 학생들의 학교본관 점거 농성에도 "사퇴하지 않겠다"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결국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진지 3주만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14년 7월 취임한 최 총장이 아직 1년8개월여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물러나면서 130년 이대 역사상 임기 도중 불명예 퇴진하는 첫번째 총장이 됐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논란이 일고 있는 최씨와 정씨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데 대한 부담이 최 총장이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최 총장이 불명예 퇴진을 했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최씨 모녀에 대한 특혜 의혹과 나아가 미르ㆍK스포츠재단과의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 총장은 19일 오후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총장의 사임 직후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들은 '꼬리자르기식' 문제 해결에 만족하지 않고 정씨의 입학과 성적 특혜가 누구 지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밝히고, 이들이 학교 내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어떻게 정치권 문제로 비화돼 왔는지를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이화여대 교수협회의는 "총장이 사임했지만 전반적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고 박근혜 정권과 결탁한 비리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우리가 눈 똑바로 뜨고 박근혜 정권과 최경희 총장,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84일 동안 점거 농성을 벌여온 학생들도 성명서를 내고 "부정입학자의 입학 취소, 관련자 처벌 등도 최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향후 학교본부의 비리 척결과 구조적 개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최씨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사특혜 의혹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아무런 특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최 총장의 책임 회피성 사임은 그 어떤 비리 의혹도 잠재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권의 비선실세가 누린 수많은 특혜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더 이상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 총학생회는 20일 오후 3시 이화여대의 비리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야 3당도 일제히 이번 사태로 촉발된 최씨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서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며 "대한민국이 최순실 모녀에게 상납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모른 체하고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나온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공식적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20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역대 최고치(리얼미터ㆍ65.5%)를 경신하는 등 최씨 모녀에 대한 의혹이 정권 말기 심각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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