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황제주의 히든 카드였던 액면분할을 중저가주들이 꺼내들고 있다. 저평가돼 있다는 착시효과를 통해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인데 단기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총 7개 기업이 액면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J네트웍스를 제외하면 6개가 코스닥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임시주주총회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통해서라도 액면분할을 하는 것은 주가 띄우기가 가장 큰 이유다. 주식 유통 물량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시장관리팀장은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크라운제과처럼 투자 문턱이 높은 고가주가 아니라면 코스닥 저주가 종목은 단순히 수급 문제 때문에 액면분할을 하는 게 아니다"며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착시 효과로 주가 상승을 노리거나 회사가 추구하는 재무ㆍ주주 정책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개 기업중 코스피 상장사인 AJ네트웍스를 제외하고는 단기간에 주가가 치솟았다. 6개 기업 모두 액면분할 공시를 내보낸 당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거나 10% 이상 급등했다. 지난 13일 액면분할 소식을 알린 서산은 당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튿날 29.97% 급등세를 이어갔다. 아리온은 28.7% 상승했다.국일제지, 코디엠, 유지인트, 대성파인트 모두 액면분할 공시를 내보낸 당일 종가가 전날보다 1~10% 올랐다. 다만 AJ네트웍스는 장 초반 급등했다가 이내 상승분을 반납 0.60% 상승 마감했다.
액면분할 공시전과 이후 주가 등락율을 살펴봐도 국일제지(-19.8%)를 제외한 6개 기업이 주가가 모두 올랐다. 주당 단가가 낮아지면서 거래대금ㆍ거래량이 증가하고 이를 기초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저주가 종목의 액면분할을 통한 주가 띄우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오름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 실적 등 펀더멘탈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이유에서다. 지난해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에서 평민주로 내려온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액면분할 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424억원에서 액면분할 이후 716억원으로 60% 넘게 급증했다. 액면분할 공시일 1년 후 주가는 28% 가까이 올랐다.
반면 고가주로 분류되던 크라운제과는 액면분할 이후 거래 재개 첫 날(5월17일) 상한가까지 치솟은 이후 반토막 났다. 당시 6만4300원에서 10월 17일 현재 3만1050원 까지 떨어졌다.
롯데제과는 거래 재개 첫날 4% 상승에 그치더니 26만원에서 17만4000원까지 주저 앉았다. 크라운제과 롯데제과 모두 2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그룹 이슈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계열사로까지 번진 탓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10만원짜리 10장, 100만원짜리 1장에는 가치 차이가 없어 본질적으로 액면분할은 기업 본래의 가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수급측면에서 100만원 짜리 주식에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이 10만원 짜리 주식에 한 주씩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