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파업으로 이미 3조원 가량의 손실을 낸 현대차노조가 11일 이후 다시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파업 외에도 태풍 '차바'로 사흘간 조업중단을 경험한데다 최근 국내외에서 차량결함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순위가 연일 하락하면서 대내외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다시 파업에 나설 경우 생산차질에 따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노조는 오는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세부 파업프로그램을 확정한다. 중앙쟁의대책위는 박유기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노조 집행부 간부와 각 공장과 사업부 노조 대표, 감사 등이 참석하는 투쟁 지도부의 최고 의결기구이다. 노조는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에서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파업방식을 순환 또는 부분파업에서 전면파업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특근 거부와 24차례 파업을 벌였으며 이로 인한 생산차질은 13만1000여 대에 2조9000여억원에 이른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 1공장은 5일 오전에 가동이 중단된 바 있고 울산 2공장은 5,6일 이틀과 7일 오전에도 생산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규모는 1000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10월 들어서는 실무진간의 교섭을 진행하면서 정상근무를 하되 조합간부 중심으로 규탄 집회와 천막농성,양재동본사 규탄집회 등을 이어갔다. 지난 6일에는 파업중단을 촉구한 울산시청, 7일에는 정부세종청사를 찾아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고용노동부를 각각 찾아가 항의방문과 규탄집회를 가졌다.
노조는 "사측에서 변화된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노조도 중대결정을 해야 한다"면서 "11일 전까지 변화된 입장을 명확히 보여야 한다. 5만 조합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노사는 9월 24일 임금협상에서 임금 월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1인당 평균 1800만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78.05%의 조합원 반대로 부결됐다. 이후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이 이어지면서 파업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11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소기업계는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나서겠다는 경고도 보냈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사는 이후 재교섭 끝에 회사가 기본급을 7만원까지 인상했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 포인트 10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추가 안을 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대내외 악재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근 미국서 쏘나타 '엔진 결함' 집단소송과 관련 88만여대를 대상으로 무상수리ㆍ보증연장에 합의했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과거의 에어백결함 시정조치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고발됐다. 현대차는 "66대 오류 모두 시정했고, 행정착오로 신고가 누락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2위를 유지해오던 현대차는 지난해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최근에는 노조파업 여파로 실적 개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SK하이닉스에 밀려 3위마저 내주었다. 그러다 지난 7일 종가기준으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된 삼성물산에 마저 밀려 5위로 추락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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