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민영 기자] 정몽진 KCC 회장이 돌아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덕분에 미소짓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KCC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7.35%(2만8500원) 오른 41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시가총액도 전일 하루만에 3008억원 증가했다.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뭘까. KCC의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삼성물산(지분율 8.97%, 주식수 1700만9518주) 주가가 전일 하루에만 7.89%(1만2000원) 뛰면서 지분 평가가치가 크게 늘어난 덕이다.
지난 5일 엘리엇 계열사인 블레이크 캐피탈과 포터 캐피탈은 삼성전자에 보낸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삼성물산의 합병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6일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 장중 한 때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서며 KCC의 주식 평가가치도 급증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평가액은 전날 하루에만 2041억원 증가했다.
전날 하루동안 불어난 KCC 시가총액과 삼성물산 지분가치를 모두 합하면 5049억원에 달한다. KCC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 2014년 2733억원, 2015년 3092억원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엘리엇의 재등장으로 KCC는 하루만에 2년치 영업이익에 견줄만한 돈을 번 셈이 된다.
KCC와 삼성물산, 엘리엇의 인연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반대하며 양사 합병이 무산 위기에 처해자 KCC가 옛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장외 매입하며 삼성측 '백기사'로 나섰다.
삼성물산에 대한 정 회장의 베팅은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KCC의 옛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가는 주당 7만5000원, 합병법인 삼성물산 주가로 환산하면 약 21만4000원선으로 현 주가(16만4000원)에는 못 미쳐서다.
하지만 엘리엇의 재등장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며 삼성물산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엘리엇이 삼성그룹이 원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돛을 달아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삼성물산 투자 성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기자들과 만나 "그 동안 주식투자를 할 때 '단타'한 적이 없다"며 "삼성물산 투자는 길게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C는 본업인 건자재, 도료 제조업 외에도 주식투자로 상당한 돈을 버는 기업으로 유명하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정 회장의 베팅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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