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리를 먹는 오후=소설가 김봄의 첫 소설집. 2011년 등단 이후 줄곧 어린 청춘들에게 시선을 두고 글을 써온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상 궤도를 자꾸만 이탈하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어른의 입장에서 ‘문제아’, ‘비행 청소년’이라고 편하게 묶어 부르는 존재들. 두려워하기 보단 눈앞에 띄지만 않으면 좋을 존재들.
소설가는 이처럼 나이 어린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사고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통해 애정 없는 어른과 그들에 의해 팽개쳐진 아이들이 주고받는 폭력의 현장을 고발한다. 영리하고 예쁜 아이들만 보고 싶어 하는 세상에 소년 범죄자들의 만행을 기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그들이 들려주는 폭력의 장면과 그 목소리 뒤에 숨은 비정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소속되거나 기입된 곳 없는 존재들이 모여 만든 폭력의 세계. 그들끼리의 질서를 갖춘 세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또다시 그 속에서 약자가 되는 여자아이들이다. 어른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여자’라는 성별을 지닌 이들은 더한 약자로 나타난다. 김봄은 사회의 무관심과 보호자의 부재로 인해 ‘문제아’로 낙인찍혀 고립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와중에 유독 폭력의 먹이사슬 최약층에 있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김봄 지음/민음사/1만2000원>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1991년 8월 11일, 당시 ‘아사히신문’ 오사카 본사 사회부 기자였던 우에무라 다카시는 ‘아사히신문’ 오사카 본사판에 전 조선인 종군‘위안부’ 가운데 한 명이 정대협에 처음으로 체험을 증언했다는 기사를 한국 언론보다 먼저 보도한다. 3일 후, 이 여성은 김학순이라는 실명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체험을 증언한다. 이 증언이 계기가 되어 피해자들이 잇따라 실명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는 젊은 시절에 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기사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세력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우에무라 다카시가 비상근강사로 근무하던 홋카이도의 호쿠세이학원대학에도 “우에무라를 그만두게 하라” 등의 항의 메일과 협박장을 잇따라 보내왔다.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는 이 같은 우에무라 공격의 기록이자 그에 대한 반증 등을 담은 투쟁의 기록이다. 또한 저자 우에무라 다카시가 지금까지 한국과 맺어온 관계를 담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12·28합의’에 따라 한국에서는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다. 일본은 8월 31일 이 재단에 10억 엔을 송금했다. 그러나 한일 합의가 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된 점, 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죄가 없다는 점에 대한 반발은 여전히 크다. <우에무라 다카시 지음/길윤형 옮김/푸른역사/1만5000원>
■공자가 만든 세상=저자는 ‘타임’과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으로서 20년 가까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유교적인 나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교의 원조국인 중국을 제치고 유교문화의 대표가 된 한국. '유교적'이라는 말이 긍정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지은이가 말하는 '유교적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아니 그 전에 '유교적'이란 정확히 뭘 의미하는가?
2500년 전부터 16억 동아시아인들 곁에서 너무도 자연스레 숨 쉬고 있는, 그러나 수없이 많은 성형으로 실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공자. 그는 독재주의자인가 민주주의자인가, 여성혐오에 대한 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비정상적인 교육열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인가, 그가 만든 효 사상은 평등하고 활기찬 사회를 저해하는가.
저자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깊고 건전한 호기심으로 동아시아 곳곳을 취재하고, 동양사 전공자로서의 강한 연구자적 기질을 발휘하여 수많은 고전 문헌과 역사서를 참고하고 인용한다. 그가 찾아낸 진짜 공자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과 달리 건국 이래 ‘한결 같이 유교적인 국가’였던 한국사회에서 공자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 될까? <마이클 슈먼 지음/김태성 옮김/지식의날개/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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