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과 관련해 검찰은 원칙적으로 실명 서면신고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전날 윤웅걸 대검 기조부장(검사장)은 "원칙적으로 실명 서면신고가 들어온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할 방침"이라며 "기존 사건처리 기준 등을 감안해 근거 없는 신고 등에 대해선 수사권 발동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태료 부과 대상자에게까지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김영란법 위반 조사를 위한 전담부서를 두는 등의 방법은 쓰지 않을 방침이다. 파파라치 등 직업적이고 반복적인 신고에 대해서는 "정당한 신고라면 별도로 제재할 수 없지만 근거 없는 무차별적인 내용이라면 '무고'로 단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 대상 상황 중 구속영장 청구 기준과 구속기소 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영란법을 기존에 뇌물죄나 배임수재죄로 처벌하지 못했던 공백을 보완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했다. 무분별한 신고와 수사권 남용 등에 대한 염려에 대해서는 "수사권 발동을 자제하겠다"는 정도로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선별 수사나 선별 기소 등 김영란법 위반 사건이 취사선택되거나 수사권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원도 이날 전체 법원에 74쪽 분량의 '청탁금지법 Q&A' 자료를 배포하고 판사들에게 변호사와 사교나 의례적인 만남이라도 가급적 '더치페이(각자 계산)'하라는 내부지침을 내렸다.
대법원은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는 않지만 언제든 직무관련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대법원은 사건이 종결됐다고 해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또 소송대리인이 법무법인이거나 판사와 변호사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식사 비용을 부담했더라도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서로 순번을 정해 접대를 하거나 접대받은 액수만큼 다시 접대하더라도 이를 '지체 없이 금품 등을 반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판사와 변호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판사와 검사, 세무공무원과 세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실제 재판절차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법리적 쟁점 등에 대해서도 향후 판례의 형성ㆍ축적을 통해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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