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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행정에 불안한 대중교통…"내가 탄 택시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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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여만명 택시-버스기사중 907명 신원위조 의혹..3년간 12명 중범죄자 처벌 후에도 근무 등 관리 허술...잇딴 강력범죄에 불안 호소

안일한 행정에 불안한 대중교통…"내가 탄 택시도 혹시?"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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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0대 여성 김현순(가명)씨는 지난 23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탔다가 택시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하고 금품 12만여원을 빼앗겼다.

갑자기 돌변한 택시기사가 김씨를 등산용칼로 위협하더니 근처 아파트 공사장 옆으로 데려가 두 손을 묶은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때마침 저 멀리 경찰 순찰차가 다가온 게 천행이었다. 순찰차 불빛을 본 택시기사가 김씨를 풀어 준 뒤 황급히 달아났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순찰을 돌던 중 택시기사가 떠난 직후 손이 묶인 채 걸어가고 있는 김씨를 발견해 구조할 수 있었다.


최근 광주에서 마약 등 전과 40범 택시기사의 승객 상대 강도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택시ㆍ버스 운전기사 중에 취업 금지 대상인 살인ㆍ강도ㆍ마약ㆍ성폭행 등 중범죄 전과자들이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은 관할 행정 당국의 안일한 행정을 질타하며 승객ㆍ운전석 칸막이 설치 등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전과 40범 택시기사의 강도 행각


지난 8일 새벽 광주 남구 노대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택시기사 A(55)씨가 술에 취한 승객 B(47)씨를 폭행하고 200만원의 금목걸이를 빼앗아 달아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A씨가 마약 등 전과 40범의 중범죄자였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택시 운전 자격을 취득한 후 이듬해 마약 관련 범죄로 복역하는 등 크고 작은 범죄 40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A씨는 지난해 9월 출소한 뒤 택시회사에 버젓이 다시 취업해 택시 운전을 해왔다.


살인ㆍ강도ㆍ강간치상ㆍ마약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적으로 택시를 운전할 수가 없다. 정부는 2005년 분당 여승무원 살해사건, 2007년 홍대 앞 여승무원 납치 살해사건, 2011년 청주 부녀자 납치 살해사건 등 택시기사에 의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11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했다. 살인이나 강도, 성행,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운전 자격 취득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아직 집행유예 기간인 경우 등에도 운전 자격이 취소된다.


그런데도 전과 40범인 A씨가 택시 운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관할 당국의 무성의한 행정 때문이었다. 교통안전공단은 매년 2차례에 걸쳐 택시 기사들의 전과 여부를 조회해왔데, 이 과정에서 A씨의 이름을 경찰에 잘못 알려주면서 전과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국 900여명 신원 위조 의혹


더 큰 문제는 전국 택시ㆍ버스기사들 중 상당수가 범죄 기록 등 신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은 광주 택시기사 강도 사건 이후 전국 17기 시ㆍ도 지방경찰청에 전국의 택시ㆍ버스 기사 40만5481명의 전과 유무 조회를 의뢰했더니 907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A씨처럼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 또는 실수로 택시ㆍ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907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공단은 이들 907명에 대해 이름ㆍ주민등록번호를 재확인하거나 경찰에 조사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뒤늦게 광주 택시기사 강도 사건이 벌어지지 전수 조사를 벌여 이름ㆍ주민번호가 실제와 동일한지, 중범죄 전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 성폭행ㆍ마약 복용 택시기사 실제 근무


이같은 행정 당국의 무신경으로 인해 실제 성폭행이나 마약 복용, 강도,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택시ㆍ버스 기사로 버젓히 일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김성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3년간 마약 복용, 강도, 성폭행 등을 저지른 버스 및 택시기사 12명이 처벌을 받은 후에도 아무런 제재없이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중 5명은 아직도 운수업무에 종사 중이다.


이 와중에서 교통안전공단은 매월 해야 하는 범죄경력 조회를 연 2회만 실시해 범죄경력자 25명의 확인ㆍ통보가 지연됐다. 인천 등 16개 지자체는 운전자격 취소 대상 18명의 명단을 통보받고도 곧바로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위반 법률은 ▲마약범(버스3명, 택시5명 등 총 8명), ▲성폭력범(택시3명), ▲아동청소년 성추행범(택시2명),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택시2명),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버스2명, 택시7명 총 9명), ▲폭력범(택시1명) 등이다.


국토교통부, 지자체, 교통안전공단의 안일한 행정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국민들이 마음놓고 타야할 택시ㆍ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강력 범죄자들의 손에 내맡겨져 있던 셈이다.


▲불안한 승객들 '칸막이라도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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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는 승객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재 직장인 김모(30ㆍ여)씨는 "회식이나 야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할 때가 많은 데, 범죄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하다"며 "외국처럼 운전석과 승객석을 분리해서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소재 직장 여성 박모(33)씨는 "택시를 탈 때면 불안해서 괜히 친구나 부모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계속 통화를 한다"며 "엄연히 운전기사 자격증을 행정관청이 내주고 관리하는 상황에서 성범죄나 마약범 등 중범죄자들이 택시나 버스 기사로 취업해 내가 탄 택시ㆍ버스를 운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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