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금보령 기자] 12일 오후 경북 경주 인근에서 규모 5.1~5.8로 역대 최강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관련기관의 미흡한 대처와 부족한 내진설계 등으로 지진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7시44분께 경주 남남서쪽 8㎞ 지점에서 처음 규모 5.1의 지진이 감지됐고 50여분이 지난 오후 8시33분에는 규모 5.8의 더 강한 지진이 감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97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재난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국민안전처는 또다시 늦장대응으로 물의를 빚었다. 안전처가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 메시지는 지진 발생 9분 뒤에야 도착했다. 또 이번 지진은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서 감지할 수 있었지만 메시지가 전달된 곳은 반경 120㎞ 안에 있는 부산, 대구, 울산, 충북, 전북 등에 불과했다.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은 아예 메시지도 받지 못한 채 불안에 떨어야 했던 셈이다.
안전처 홈페이지도 지진 발생 후 8분만에 서버이상으로 접속 불가능 상태가 계속됐다. 안전처는 접속 장애 사실을 확인한 후 정부통합전산센터에 장애조치를 요청했지만 이날 늦게까지 홈페이지는 재난대책 전달 용도로 사용되지 못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대표 홈페이지의 서버 증설을 위해 용량을 재산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진설계 등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 설계 구조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143만9549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47만5335동(33%)에 불과하다. 준 공공시설물은 내진율(40.9%)이 일본의 46% 수준이며 민간건축물 내진율(30.3%)은 일본의 3분의1에 그친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1978년 발생한 홍성 지진(규모 5.0)을 제외하면 중ㆍ대형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정부와 관련 기관이 대책마련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울산과 경주 등에서 대형지진이 발생하며 관련 규정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반도 지진은 1980년대만 해도 평균 연평균 20회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연평균 60회로 급증했다.
국내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 된 건 지난 1988년이다. 당시엔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만 규정이 적용됐지만 지난해 3층 이상, 연면적 500㎡의 건축물로 규정이 확대됐다. 그러나 1988년 이전 건축된 건물은 지진에 속수무책이며, 현 규정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하용 국민안전처 지진정책 총괄 담당자는 "가장 중요한 건 내진 보강"이라며 "규정을 3층에서 2층으로 확대하는 등 민간건축물 내진 보강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진 대피요령 등 지진 대비 교육도 부족해 이와 같은 대형 상황에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경북 포항 장성동에 사는 김모씨는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의 큰 지진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다"며 "언론에서 난리가 났지만 대응 방법을 몰라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고 말했다.
경주ㆍ울산 등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된 곳에서 지진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원전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장 발생한 지진이 원전의 내진설계 이하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원전은 최소 규모 7~7.5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하고, 신규 원전 취소 및 노후원전 폐쇄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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