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5일 오전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안인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 중국은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앞으로 그 파장이 주목된다.
회담 후 이날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중국은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 마디로 사드가 중국의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중국 측의 이런 입장은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에 균열을 낼 우리 정부의 카드로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 주석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한관계 올바른 궤도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다양한 안보도전에 새 시각과 접근법 필요한 때"라고 응수했으나 양 측의 기존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며 처음으로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언급했다. 우리 측 입장에서 사드 배치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결과에 집중하려는 일종의 외교적 대안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3일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논리는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더불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이해당사자인 러시아에 대한 반발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전면에 부각하지 않았다. 이 보다는 양국 간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북핵ㆍ불용'이라는 우리 측 외교적 메시지가 부각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 핵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ㆍ정치의(긴장) 완화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며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는 이 문제를 공식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물밑 외교적 교섭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중은 지난 달 24일 도쿄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간 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지난 달 31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정상회담 문제를 막판 조율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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