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집안싸움을 벌이던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을 계기로 의기투합했다. "진작에 우리는 이 힘을 되찾아야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이 지난 1일 20대 첫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우병우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거론하며 청와대와 여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계파를 떠나 뭉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다시금 확인됐다. 본회의 개최와 정 의장의 사회권 이양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단상에 올라 "시급한 민생추경을 완료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혼연일체로 한마음이 돼 이룬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우리의 분노는 엄중했고 요구는 정당했다"며 "그것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이 정기 국회 첫 안건 처리를 부의장에게 이양하는 결심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새누리당의 분노와 요구가 정정당당한 것이고 명실상부한 것임을 고스란히 입증한 결과"라는 자평도 나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정성은 눈물겹다"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되찾은 매우 소중한, 우리의 힘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내년 12월 목표(대선 승리) 완수를 위해 우리의 힘을 부디 잘 간직하고 연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모습은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연대는 시한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만간 이정현 대표가 새로운 지도부 개편에 나설 예정인데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사태와 사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스피커'를 자처하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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