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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위안부 소녀상, 지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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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위안부 소녀상, 지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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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ㆍ이전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지난달 25일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와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외무상 출신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특명위원회 위원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이 속히 철거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화해·치유 재단'에 10억엔(약 110억원)을 제공한 뒤 문제 삼을 듯하다. 지난달 25일 부임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그 문제까지 포함해 지난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지난달 24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우드로윌슨센터는 '한일 관계 및 동아시아의 역사적 화해에서 미국이 맡아야 할 역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여기서 일본계 미국인인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과의 마이크 모치즈키 부교수는 "소녀상 철거가 위안부 문제 합의의 전제조건이 아님을 일본에 일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하든 소녀상은 지금 있는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자리잡은 국제법ㆍ외교학 전문 대학원인 터프츠대학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한국학 교수는 "한국 당국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 혹은 철거할 경우 한국민의 거센 반발로 보수 박근혜 정부의 근간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일 합의에 필수적인 것은 화해의 정신이다. 모치즈키 부교수는 "아베 총리가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난다면 사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며 "한일 합의에 모호한 부분이 많지만 미 정책 당국자들과 싱크탱크의 고위 연구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미국도 한일 문제에서 방관자 아닌 일정 역할자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역사적 근거가 러일전쟁(1904~1905년)이다. 당시 대한제국은 국외 중립을 선언했으나 일본의 강압으로 1904년 한일의정서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됐다. 이로써 대한제국은 국방·외교·재정·교통·통신·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실권을 강탈당하고 말았다.


러일전쟁은 러시아·일본이 각각 만주와 대한제국을 점령하기 위해 일으킨 국지전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배후에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외교ㆍ자금 지원이 있었다.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 아래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점령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은 일본의 대한제국 강점을 묵인했다.


분명한 것은 한일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쿄(東京)의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교수는 "화해가 이뤄지려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이는 정의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항의에도 소녀상이 지금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은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시작일 뿐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에 반(反)한 범죄' 처벌은 영원히 끝날 수 없다. 그러니 소녀상은 지금 모습 그대로 과거 아픈 역사를 잊지 말도록 채찍질해야 한다.


지난달 29일은 우리가 일제에 나라 주권을 빼앗긴 '경술국치' 106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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