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8명은 현재 경영환경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거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대한 다양한 규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CEO의 절반 이상은 '실효성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 '불공정행위 규제에 대한 중소기업 CEO 의견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ㆍ거래할 수 있는 경영환경 구조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76.9%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업종별로 '서비스업', 매출액 '50억 미만', 종업원수 '10인 미만'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한 경쟁ㆍ거래 구조가 아니게 된 주된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57.7%가 '대기업의 공정경쟁 의지 부족'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관련한 경제ㆍ정책 이슈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사안은 '하도급, 백화점 등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납품 수수료 등 우월적 지위남용'(54.4%)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경제력 집중'(25.3%), '대기업 2ㆍ3세 등의 계열사 통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영역 침탈'(16.3%) 등의 순이었다.
불공정행위를 없애기 위한 정부의 정책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응답자의 53.1%는 '실효성 없다'고 답했다.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 등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와 친족회사 등으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아 부당하게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다.
'불공정행위 처벌 기준'과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만의 전속고발권'도 불공정 행위 근절에 실효성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45.3%, 44.4%로 나타났다. '하도급법 4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서는 55.6%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불공정행위 규제로는 응답자의 38.3%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꼽아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하도급법 4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32.0%), '불공정행위 처벌 기준'(24.5%)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 '서비스업'과 종업원수 '10인 미만' 기업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제조업', '50인 이상' 기업에서는 하도급법 4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응답자의 68.2%가 '과징금 등 처벌내용ㆍ기준 강화'를 답했다.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를 통한 이득보다 적발 시 더욱 큰 손해를 입도록 처벌내용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규제 대상범위 확대'(21.2%), '거래금액 크기 등 규제 행위범위 확대'(10.6%)'이 뒤를 이었다.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고발권 행사 주체 범위로는 '현재 고발요청권이 있는 감사원장ㆍ조달청장ㆍ중기청장에게 고발권 부여'(42.8%)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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