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태영호(55)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행을 둘러싸고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북한 체제 염증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와 달리 자녀교육, 금전 문제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7일 태 공사의 한국 귀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초부터 이어진 대북제재 국면에서 내부 체제의 균열을 가장 중요한 동기로 봤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태 공사의 한국 망명 의미에 대해서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리고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지배계층의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그런 판단을 해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 등을 중심으로 우리 정부의 발표와 결이 다른 내용이 잇따라 보도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태 공사 등 최근 여러 명의 북한 외교관들이 망명을 결심하기까지는 자녀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RFA에 "서방국가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양(교육)과 장래문제"라며 "서방의 교육과 문화에 노출된 자녀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태 공사의 경우도 큰아들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고, 둘째 아들도 현지 대학 입학을 앞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 문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본국의 친구들이 자신이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고 전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복수의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태 공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 수백만 달러를 가지고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은 사치품 공급 역할도 맡고 있어 거액의 통치자금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로 자금 관리 업무에 깊숙히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북한의 유럽 내 노동당 자금 총책이 올해 6월 400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갖고 잠적해 북한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등 그가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태 공사의 자녀 중 한 명은 탈북 과정에서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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