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추도식장을 찾은 여야 주요 인사들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눈길을 끈 명사로는 단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꼽힌다. 야권의 잠룡인 이들은 의전 서열에 따라 세번째 줄 왼쪽 끝에 나란히 착석했다. 옆에는 천정배 의원이 앉았다. 바로 앞줄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자리잡았다.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해외여행을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던 안 전 대표와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문 전 대표가 어색한 만남을 가졌던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문 전 대표가 먼저 "미국에 잘 다녀왔느냐"며 안 전 대표의 지난 여름휴가를 화제로 삼았다. 이에 안 전 대표도 "시차적응이 힘들었다"면서 "히말라야 다녀오실 때 힘들지 않았냐"고 화답했다. "네팔의 카트만두까지 가는 직항편이 생겼다"는 문 전대표의 설명에 "왕래가 늘었나보다"며 안 전 대표는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두 사람은 추도식이 끝날 때까지 서로 말을 건네지 않았다.
추도식이 끝난 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권통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 믿는다"는 바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통합의 정치가 그립다"면서 "(안 전 대표와) 어떤 방식이든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도식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가리켜 "정말 많은 것을 본받고 싶은 그런 위대한 정치인"이라며 "국가, 국민을 위한 생각을 가슴 속에 키워 온 분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치의 모델이셨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내가) 예전 기자 시절에 동교동을 출입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께 사랑도 많이 받고 그랬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추도식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의 미망인인 이희호 여사와 인사를 나누며 고인을 기렸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 당대표 외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도 참석했다. 한화갑·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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