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지난 16일은 일본은행(BOJ)이 일본 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 반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은 BOJ의 의도와 달리 도입으로 인한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장점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신문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에도 국내 은행의 대출잔액 증가폭은 기존과 같은 전년 동월 대비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와 가정의 주택 구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는 정책 의도가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연초부터 엔고와 주가하락이 시작됐고, 중국의 경기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악화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반면 부작용은 눈에 띈다.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발행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0.3%대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국채를 중심으로 운용되던 펀드의 판매 중단이 잇따랐다. 이렇게 되면 일반 투자자의 자금 뿐만 아니라 기업의 퇴직금이나 연금 운용도 어려워진다.
주요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인 0.001%로 하락했다. 100만엔을 맡겨도 1년간 이자가 10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돈을 운용할 곳이 없는 개인들이 몰리면서 지난 6월말 예금 잔고가 사상 최고치인 441조엔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가 하락까지 더해지면 가정은 소비할 여유가 없어진다. 지난 6월 가계조사 결과 2명 이상 가구의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이자수입 감소와 연금·퇴직금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예금자들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가정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 사이에서는 신용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6월 일본은행 실적 결산 결과 실질업무순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은행이 돈을 벌어들이는 주요 수단인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자금운용의 중심이었던 국채금리 역시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 악화가 장기화되면 은행이 신용 경색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나마 예외로 작용하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은행 대출이 제자리걸음인 대신 부동산 대출은 지난 6월말 현재 68조3206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용 자금 비율도 14.7%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단 아파트 투자로 얼마나 경기가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