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시장 잇단 발주 지연·취소사태
올 170억달러…작년보다 40% 줄어
건수는 4% 줄었지만 대형 물량 급감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일자리 창출과 외화벌이의 '효자종목'이던 해외건설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시장에서 저유가로 인해 발주 지연ㆍ취소가 잇따르며 해외건설 수주고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해외건설협회의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 들어 이번달 9일까지의 해외수주 계약액은 170억5957만달러(약 18조87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다. 중동과 아시아의 경우 계약액이 각각 전년의 64%, 55%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주 건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 354건으로 전년(370건)보다 4%(96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공사금액이 큰 대형공사 수주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진출지원실장은 "지난해에는 투르크메니스탄과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에서 20억달러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올해는 이런 대형 공사 수주가 없다 보니 수주금액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ENG는 투르크에서 계약금액이 36억달러에 달하는 가스 액화처리 공장 공사를 수주했다. 또 GS건설은 베네수엘라에서 26억달러 규모 메가 가스 프로젝트를, 한화건설은 이라크에서 21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8월까지 계약금액이 10억달러를 넘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 건수만도 6건에 달했다.
이에 비해 올해 계약금 규모가 가장 큰 공사는 현대건설이 따낸 15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아주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터미널 프로젝트다. 10억달러를 웃도는 프로젝트도 쿠웨이트의 아주르 LNG 수입터미널과 발하쉬 석탄 화력 발전소 등 단 4건에 불과하다.
해건협의 통계를 보면 대형 프로젝트 감소세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계약액이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인 대형 공사 수주는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총 26건, 계약액은 13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3%, 35.0% 줄었다. 같은 기간 1억달러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2013년 65건(297억달러)을 정점으로 2014년 58건, 2015년 30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주력시장이던 중동이 저유가로 인해 대형공사를 발주하지 않고 있는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오르기 전까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며 "국내 대형사들끼리 혹은 해외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이익 규모를 줄이더라도 중동시장에 남아 꾸준히 공사를 이어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다변화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리스크를 건설사 혼자 떠안고 신시장을 개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신시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시장의 경우도 시공자금융이나 투자개발형 사업을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금융지원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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