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장외주가 일주일새 19.3% 급등…자본 적은 이베스트투자증권·SK증권은 수혜 미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안 발표 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인 하이투자증권의 장외주가는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IB 육성안을 발표한 지난 2일 696원에서 9일 기준 831원으로 일주일새 19.3% 급등했다.
반면 상장기업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9520원에서 9810원으로 3.04% 오르고, SK증권은 1175원에서 1195원으로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은 모두 증권사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예정인 회사다. 하지만 초대형 IB 육성안으로 하이투자증권이 '귀한 몸'이 되면서 주가 상승의 수혜는 하이투자증권으로만 쏠리고 있다.
초대형 IB 육성안은 자기자본 4조원, 8조원 이상 증권사에 단계별로 자금 조달 기반과 업무 범위 확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자기자본이 3조원대 초중반인 삼성증권(3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 신한금융투자(증자후 3조1000억원 예상)의 경우 첫 단계의 초대형 IB 인센티브(어음발행, 기업 외환 매매 업무)를 받으려면 M&A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
매물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하이투자증권이 7037억원, SK증권이 4095억여원, 이베스트투자증권이 3552억여원이다(3월말 금융투자협회 기준). 자기자본이 3조원대 초중반인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수준이 높은 편인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야 자기자본이 4조원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하이투자증권은 당초 M&A 시장에서 대우증권, 현대증권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는 매물이었지만 초대형 IB 육성안으로 매각 흥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금융지주도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IB의 실익을 고려해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 자본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6조7000억원 수준인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반면 자기자본이 3000억~4000억원대인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M&A 시장에서 하이투자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으면서 증시에서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살려면 덩치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M&A 시장에 나온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손쉽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근 하이투자증권 장외주가 급등은 M&A 시장에서 매력이 높아진 하이투자증권의 입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