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당대표 외에 최고위원 80% 석권
비박계 독자생존 가능성 높지만, 실행 가능성은 낮아
김희옥 비대위원장 "우리는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
야당은 정치적 색깔 따라 이합집산,
새누리당은 전형적 이익결사체
누적된 시스템·네트워크 쉽게 포기 못해
내년 대선 앞두고 재격돌 가능성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상처만 남긴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친박계의 압승으로 귀결되면서 향후 여당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대를 앞두고 최악으로 치달은 계파 갈등이 조만간 표면화될 수밖에 없어 일각에선 벌써부터 분당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어떤 경우라도 전대를 통해 확인된 계파 갈등이 계속해서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친박계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박계는 더욱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는 비박계가 당권을 잡고 있었으나 여전히 계파 간 권력다툼으로 내홍을 겪어야 했다. 이번 전대에선 다수파인 친박계가 당권까지 잡으면서, 향후 비박계가 독자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계파갈등 해소는 새 지도부의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하지만 대선 직전까지 최악의 시나리오인 분당은 피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친박·비박계 좌장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어떤 경우라도 결과에 승복하고 새 지도부를 돕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임기를 마무리한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창당과 분당을 밥먹듯이 하는 야당과 달리 우리는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분당설을 경계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은 독특한 새누리당의 성격에 기인한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당은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뭉친 정치결사체"라며 "하지만 새누리당은 권력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이익결사체라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천과정의 불합리와 부조리, 비이성적 구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쉽게 당이 깨지지 않는 이유다. 양 계파가 서로 맞서고 있지만 서로 갈라서는 순간 공멸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야당의 이합집산은 이념과 가치의 차이에 따른 것이지만 여당은 성격이 다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란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왔다. 이곳에서 섣부른 당권 도전은 곧 보스에 대한 불충으로 인식됐고, 당내 개혁과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은 요원했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된 공천 갈등과 계파 갈등은 충성경쟁의 표면화였다. 수구적 패권정당으로 불린 까닭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새누리당을 깨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후폭풍이 일게 된다. 예컨대 지난 5월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새누리당의 상임전국위원회 직후 비박계는 온통 독설을 쏟아냈다. 비박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혁신특별위를 구성하려 했으나 좌절된 탓이다. 당시 정두언 전 의원은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도 이런 식으로 안 할 것"이라 일갈했고, 김성태 의원은 "분당을 염려할 정도로 상황이 위중하다"고 말했다.
이후 유승민 의원 복당 등의 사안을 놓고 수차례 친박·비박이 격돌했지만 지금까지 분당 움직임은 엿보이지 않고 있다. 신당을 창당해 새누리당이란 네트워크와 조직력을 벗어나는 순간 모든 정치적 이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친이계의 공천학살에 반발해 친박계가 지난 2008년 감행한 대규모 탈당이다. 이는 친박계의 대규모 복당으로 귀결됐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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