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얼어붙었다. 이런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외교적 수혜는 북한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우리 외교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8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사드 배치 결정을 둘러싼 미·중 및 한·중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련 선전전 지침을 모든 해외공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 외무성은 최근 해외에 있는 대사관과 영사관 등 모든 해외공관에 사드 문제를 북한에 대한 도발과 동북아 지역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정세 상황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과 동남아 등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과 공직자, 노동당 간부들은 이런 지침에 따라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불러온 대북제재 균열 조짐이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져 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지속성'이 사드 논란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한반도의 사드 배치 불가론을 앞서우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보다 사드 철회를 이끌어내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외교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여전히 제재의 열쇠를 갖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수록 북핵 문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3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역내 안정을 깨뜨리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동력을 잃고 있다.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지난 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노동·스커드 미사일에 이어 지난 3일 노동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안보리 대응에 제동을 걸거나 '시간끌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관망세를 접고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려 하고 있다. 김장수 주중 대사는 8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이 북핵 문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의 노력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내 체육외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4일 브라질에 도착한 이후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등 각국 수반을 만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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