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장혈관 질환, 3위는 뇌혈관 질환, 4위는 자살, 5위는 폐렴, 6위는 당뇨병, 7위는 만성 하기도 질환, 8위는 간질환, 9위는 운수사고, 10위는 고혈압성 질환이라고 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의 사망원인 가운데 60%이상이 비감염성 질환(NCD : noncommunicable diseases) 또는 만성질환(chronic diseases)이라고 하며, 회원국들에게 생활습관의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0대 사망원인을 WHO 기준으로 분류하면, 자살과 폐렴, 운수사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생활습관병이고, 폐렴은 감염성 질환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걸리며, 약한 면역력도 생활습관에서 오기 때문에 자살과 사고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활습관병으로 죽는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생활습관병은 왜 걸릴까? 생활습관병은 대체로 병원체와 무관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에 의해 전염되지 않으며, 잘못된 생활습관에 기인해서, 다시 말하면 건강법칙을 어겨서 생기는 질병이다.
종전에는 나이 들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성인병이라 불렀으나 최근에는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젊은 사람들은 물론 소아의 경우에도 발병하고 있어 생활습관병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발병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며,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이 잘못된 생활습관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기 쉽다.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질병에 걸린다는 말은 질병에 걸린 이유가 재수 없어서도 남의 탓도 아니고,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죄를 짓는 것과는 다르며,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해로운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휘발유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자동차에 경유나 등유를 주유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세포는 23쌍의 염색체 안에 30억개의 염기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2% 가량은 단백질의 생성에 관여하는 2만8000개 정도의 유전자를 구성하여 몸 구성 및 생리적 기능 유지 역할을 하며, 이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때 질병이 생긴다고 한다. 지난 2003년 4월에 발표된 유전자지도는 각종 질병별로 어느 염색체, 어느 위치의 유전자가 변질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유전자를 구성하지 않는, 나머지 98%를 차지하는 400만개의 DNA는 종전에는 별다른 기능이 발견되지 않아 '정크(쓰레기)DNA'로 불렸으나, 지난 2012년 9월,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각종 질병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그 이름이 '스위치DNA'로 바뀌게 되었다. 이 스위치DNA의 역할이 밝혀짐에 따라 생활습관이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과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위치DNA가 구체적으로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발전으로 밝혀지겠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 스위치DNA를 통하여 유전자에 나쁜 영향을 주어 질병을 일으키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야말로 질병의 원인이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음을 깨닫고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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