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투숙객 신분 확인 의무 특별한 규정 없어…"혼숙 용인했다고 보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여성 청소년이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목적으로 '무인 모텔'에 들어가더라도 모텔주인이 이를 알지 못했다면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청소년 A(여·15)양은 2013년 3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B(34)씨와 성관계를 목적으로 지방의 한 무인모텔에 들어갔다. B씨와 A양이 함께 들어간 모텔 방으로 다른 일행들이 들어와 미성년 성매매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면서 위협했다.
소란이 일자 모텔 주인 또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문제를 잘 해결하라고 권유했다. B씨는 자리를 이동해 미성년 성매매를 신고하겠다고 밝힌 이들에게 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무인모텔은 직원이나 주인을 거치지 않고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무인모텔 주인 고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고씨가 미성년자인 A양의 출입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는지 여부다.
문제는 B씨가 집 주인으로 알았던 인물이 실제 모텔 주인인 고씨가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1심은 양측의 문제 해결을 종용했던 인물이 고씨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인모텔을 운영하는 자로서, 모텔에 청소년이 남녀 혼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숙객의 신분증을 확인할 시설을 설치하고 CCTV 등을 통해 투숙객 중 청소년이 있는지 여부를 상시 확인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도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 모텔은 투숙객들이 숙박업자나 그 종사자들을 통하지 않고 자판기를 이용한 결제를 하면 곧바로 객실로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무인모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피고인은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무인모텔 방식으로 영업을 할 경우 일반 숙박시설과는 달리 투숙객의 신분증, 인상착의 등을 확인할 설비 및 종사자를 구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특별한 규정은 없다"면서 "혼숙한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 사건 모텔에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미필적으로나마 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고씨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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