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 한국이 발전 과정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사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193개 사업을 진행했다. 경제, 무역, 환경, 행정, 중소기업 등 주제도 다양하다.
최근 필자는 KSP 사업의 하나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을 방문했다. UAE 경제의 화두는 여느 중동 국가처럼 ‘탈석유화’이다. 석유 의존도가 높고 석유자원 고갈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유가 하락으로 경기불황이 심각하다.
UAE는 중소기업을 경제발전의 핵심으로 꼽았다. UAE는 세계 56개국의 성장 전략을 연구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을 선택했고, 중소기업이 발달한 독일과 한국을 집중해 연구했다. 최종적으로 한국의 성장 경험이 UAE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이번 KSP 사업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꼽았다.
많은 국가들은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중소기업 정책은 보호에서 출발한다. ‘반(反)시장’적 특성이 강하다. 특히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은 대게 선진국에서 시장경제를 공부했다. 그래서 내켜 하지 않는다. 재정 상황도 넉넉지 않다. 게다가 중소기업 육성의 성과는 장시간에 걸쳐 나타난다. 정치가 불안한 개발도상국이 선뜻 중소기업 육성을 못 하는 이유다.
그러나 UAE는 달랐다. 단순히 관심에 그치지 않았다. 이미 정책 기반인 중소기업기본법을 제정했다. 한국의 그것을 받아들인 결과다. 주요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중소기업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각종 펀드를 만들어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성 중소기업도 배려한다.
그러나 UAE는 전형적인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이다. ‘95·42'가 UAE의 현재 모습이다. 전체 사업체의 95%가 중소기업이고, 종사자의 42%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한국이 ‘99·87’이고, EU가 ‘99·66’임을 고려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중소기업 육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UAE 경제부 만수리 장관을 만났다. 8년째 경제부를 이끌고 있다. 장관의 의지는 확고했고, 고민은 절실했다. UAE 청년들은 학업에 큰 관심이 없다. 심지어 군 복무를 강제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복무기간 단축을 제시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장관은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비록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지만, 장관은 자국의 청년들이 일하면서 경제발전에 기여하길 바랐다. 만수리 장관은 한국의 특성화 고등학교와 기술인력의 군 복무 면제 등 아주 세세한 정책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장관은 UAE와 한국 중소기업의 협력 사업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한국은 UAE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4기나 건설 중이고, 많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의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밖에 건강식품, 미용, 성형 등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한국 중소기업의 UAE 진출기반은 충분해 보였다.
UAE는 전략적 요충지다. 균형감을 갖고 중동지역에서 정치적 완충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항공교통의 거점을 기반으로 항공서비스를 넘어 항공산업까지 넘본다. 제조 중소기업도 진출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의 지분을 49%로 제한하고, 그동안 없던 부가세를 신설하는 등 어려움도 존재한다.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의 수출은 2016년7월 현재 19개월 연속 월간 증가율이 마이너스다. 최근 감소 폭이 다소 둔화했다.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출에 파란불이 들어 왔다고 낙관하긴 어렵다. UAE 시장 개척은 정상외교의 결실이다. 원전은 물론 의료시장에 참여할 중소기업은 많다. 그 결실을 중소기업이 공유하길 기대해 본다. UAE의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 때 기회는 충분하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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