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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사드에 발목잡힌 노동·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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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영란법 관련 실장주재 회의 별도 열어

개혁과제 이달 중 처리 어려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를 둘러싼 갈등에 하반기 국정과제가 추동력을 잃고 있다. 청와대가 김영란법과 사드 대응에 집중하면서 노동개혁 4법과 규제개혁 법안 처리는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한 추가경정예산안마저 야당의 청문회 연계 작전에 발목을 잡혔다.

당초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개혁 과제를 정기국회 이전까지 매듭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김영란법과 사드 문제 파장이 돌발변수로 나타나면서 최우선 순위를 조정했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마친 직후 일부 수석비서관들과 별도 회의를 갖고 김영란법 후속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실수비)는 오전 8시30분에 열려 10시 이전에 마무리짓는 게 일반적인데, 이날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의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하면서 오후에 따로 회의를 연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면서 "실수비 회의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많이 거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영란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문제"라며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김영란법 관련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문제도 지난달 도입과 설치 지역이 발표된 이후 한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발등의 불'이 됐다. 외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민심만 악화됐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실시한 박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 여당 텃밭인 TK지역 지지율은 처음으로 30%대(리얼미터, 7월 넷째주)를 기록했다.


청와대가 '전당대회에 힘실어주기 아니냐'는 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4일 박 대통령과 TK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다급한 상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자리로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가 김영란법과 사드 논란에 얽매이면서 개혁 과제는 더욱 늦어지게 됐다. 노동·규제개혁은커녕, 추경예산안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도 여름휴가 후 첫 국무회의 때 주력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주문했을 뿐, 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이달 중 개혁과제 처리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면서도 "가급적 빨리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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