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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 한 문장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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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을 품위있게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예술이라 부른다.


아경, 한 문장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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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훌륭한 경영인이 갖춘 능력이라면, 위기를 위트로 넘기는 것은 작가의 재주일 겁니다.


미국 사회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적어 내렸던 작가 찰스 부코스키는 술과 도박에 빠져 부랑자의 삶을 살아내며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사회를 조롱하는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하층민의 삶을 훑어보거나 곁눈질하지 않고, 그 속에 뛰어 들어가 진창 구르고 드러눕고 젖어 살던 그의 손끝에서 나온 문장이었으니, 하나하나가 통렬할 수밖에요.


그런 그는 예술을 일컬어 '위험한 일을 품위 있게 하는 것'이라 칭송합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기행과 실언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죠.


그중 하나로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반이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에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장벽에서 불과 18m 떨어진 곳에 '트럼프의 벽'을 세운 미술가들이 등장했습니다.


미술가 데이비드 글리슨과 메리 미헬릭은 국경장벽 인근에 콘크리트 벽돌 52장을 쌓고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성조기로 이를 뒤덮어 시들어가는 과일, 꽃, 그리고 청소도구들을 끼워놓았습니다.


글리슨은 "이민을 줄이고 국경을 폐쇄했을 때 농업과 산업, 일반 생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합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다민족국가로 대변되던 미국의 정체성은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것일까요?


글리슨과 미헬릭의 멋진 '벽'이 담은 메시지만큼이나, 그런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강력한 인물의 행보가 새삼 두려워지는 순간입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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