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조1000억원 ~ 11조6000억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한 고비를 넘어섰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패로 굳어진 접대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는 조선·해운 등 주요 핵심 산업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김영란법이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농축산물 선물 수요가 최소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음식점 수요도 3조~4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수협중앙회,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이 공동 분석한 결과로, 품목별로 선물용 비중에 따라 피해규모는 다를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생산액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하는 한우는 일반 소비용이 많은 반면 선물용 비중은 21.1%에 불과해, 김영란법으로 인한 생산감소액은 2072~2421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한우고기의 26.4%가 일반음식점에서 소비되는 것을 고려할때 한우음식점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우식당의 1인당 식단가는 평균 3만8000원 수준으로 김영란법 식사 3만원 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우 음식점 매출은 5314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삼은 선물용 비중이 56.6%에 달하지만 전체 생산액 2조2866억원 중에 감소액은 3158~3689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삼공사나 농협 등을 통한 계약재배 위주로 이뤄져서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품목으로는 선물용 비중이 64.0%에 달하는 배가 꼽힌다. 전체 배 생산액 2618억원 가운데 409~478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 전체의 20%에 육박한다. 화훼도 선물용 비중이 53.2%로 전체 생산액 7040억원 가운데 최대 1067억원의 감소가 우려된다.
김영란법 시행 피해 추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는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11조6000억원이다.
한경연은 선물을 포함해 음식업과 골프장 등 전체 산업에 대한 추정액을 내놨다. 음식업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손실액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골프장은 1조1000억원, 선물은 1조9700억원의 피해를 예측했다.
다만 식사 상한액 3만원을 5만원으로 상향하는 경우 손실액은 4조7000억원, 7만원은 1조5000억원, 10만원은 66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선물도 상한액이 7만원인 경우에는 피해액이 1조4000억원, 10만원인 경우 9700억원으로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외식업 영향 조사 결과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외식 업계의 연간 매출이 약 5%, 4조15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양식, 일식, 한정식 등이 김영란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서양식이 60.3%로 가장 높고 뒤를 이어 주점업(50.6%), 일식(45.1%), 한정식(35.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피해 추정액이 발표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으로 피해액이 수조원에 달한다면 그동안 그만큼 공직자들이 음식과 선물을 받아왔다는 것이냐는 해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피해액이 수조원에 달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소비를 부정청탁과 연결짓는 것은 잘못된 해석인 것 같다"며 "법 적용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선물과 식사자리가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피해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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