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79)은 내정이 결정된 5월24일 임시총회에서 세 가지를 약속했다. ▲부산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 ▲불참선언을 철회하지 않은 영화인·영화단체·지역 문화단체의 동참 유도 ▲영화제 정관의 정당한 개정이다. 두 달 만에 첫 단추를 끼웠다. 내년 2월 예정됐던 정관 개정을 서둘러 매듭졌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핵심은 영화제 작품 선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정관 제33조(집행위원회 기능)에 '초청작품 및 초청작가 선정에 관한 사항은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고유권한이다'라고 명시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년 전 부산시의 우려에도 세월호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개정안에는 부산시가 영화제 측에 요구한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조항도 담겼다. 정관 제49조에 '주요 재원 지원기관·단체에 재무사항과 집행내역을 보고·공표하여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적었다. '행사 종료 이후 2개월 이내에 시민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후 평가보고회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넣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먹구구식 관행이 재발될 수 없는 틀을 마련했다. 지난 5월 부산지검 형사2부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61)과 강성호 전 사무국장(52), 양헌규 사무국장(49)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전양준 부집행위원장(57)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과 양 사무국장은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개정은 불참선언을 철회하지 않은 영화인ㆍ영화단체ㆍ지역 문화단체의 동참을 유도할 명분을 쌓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부산지역 인사 위주로 구성됐던 '임원회'를 '이사회'로 바꿨는데,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인사의 공정성을 높였다. 또 지자체, 교육, 언론 관계자들이 주를 이룬 임원회와 달리 이사회에 영화계 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김동호 이사장을 비롯해 강수연 집행위원장(50), 임권택 감독(80), 배우 안성기(64), 이춘연 영화인연대대표(65), 이은 영화제작자협회대표(55), 채윤희 여성영화인회의 대표(64), 강우석 감독(56) 등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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