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항, 연대…카뮈와 서태지는 통한다"

시계아이콘02분 4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인터뷰] 22일 막오르는 뮤지컬 '페스트' 작가·배우 김은정

2차 세계대전 뒤 공황상태의 사람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카뮈의 원작
인간이 가진 저항과 연대 정신 강조


서태지는 노래로 대중을 깨우려 노력
뮤지컬에 등장하는 '시대유감' 가사
'싸우자, 네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

"저항, 연대…카뮈와 서태지는 통한다"
AD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알베르 카뮈(1913~1960)와 서태지(44), 두 천재가 만났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서태지의 음악을 입었다. 뮤지컬 '페스트'. 작품을 관통하는 코드는 '저항', '연대', '정의', '희망'이다.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살았고 살고 있는 두 예술가가 맞닿은 지점이기도 하다.

서태지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자는 논의는 2007년부터 있었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를 거쳐 버려진 대본만 일곱 개다. '로미오와 줄리엣', '우주전쟁' 등 소재도 다양했다. 스포트라이트 측은 "서태지의 음악을 만난 이야기는 시작은 해도 끝맺음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서태지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화 자체에 부정적이었을 뿐더러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자신의 가사와 대본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페스트'는 서태지가 처음으로 '오케이'한 대본이다. 2014년 안재승 작가(37)가 원안을 마련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를 무대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제작진을 물색했다. 지난 2월 노우성(43) 연출과 김은정(43)ㆍ노우진 작가(37)와 계약했다.'셜록홈즈2' 등을 만들며 창작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2개월에 거쳐 대본 수정이 이루어졌다. 시놉시스를 받아든 서태지는 스스로 '난독증'이라면서 그럼에도 단숨에 읽었다며 기분 좋아했다.


"저항, 연대…카뮈와 서태지는 통한다" 김은정 배우 겸 작가(사진=스포트라이트 제공)


김은정 작가를 1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페스트'에서 배우 황석정(44)과 함께 시장 '리샤르' 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실 카뮈의 팬이지만 서태지의 음악에는 문외한이었다. 제작 제안을 받은 뒤 3일 밤을 새며 서태지의 음악을 들었고 김 작가는 "두 사람은 완전히 통한다"고 결론 내렸다.


'페스트'는 '이방인'과 함께 카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졌을 때 카뮈가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썼다. 알제리의 항구도시 오랑에 어느 날 흑사병(페스트)이 퍼진다. 도시는 격리되고 시민들은 고독을 강요받는다. 부조리한 현실 속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가지만 굴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연대하는 이들이 있다. 죽음의 위기에 맞서는 선한 의사 리유와 신에게 절망하면서도 기도하는 신부 파늘루, 애인이 기다리는 파리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신문기자 랑베르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카뮈는 페스트를 통해 인간이 신보다 위대한 이유는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자고 했다. 서태지 역시 '싸우자', '네 목소리를 내라'며 대중을 깨우려 했다"며 두 예술가의 연결고리가 '저항'과 '연대'라고 설명했다.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거 자식들 되게 시끄럽게 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나이 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매 다니네/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부러져버린 너의 그런 날개로 너는 얼마나 날아갈 수 있다 생각하나/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유감' 中)


뮤지컬에는 '시대유감', '너에게', '죽음의 늪', '코마', '라이브 와이어' 등 서태지 음악 스무 곡이 등장한다. 대중적인 곡들은 아니다. 김 작가는 "목표를 정했다. '유명한 노래는 배제하자.' '난 알아요' 등 히트했지만 극의 몰입도를 낮추는 곡은 모두 제외했다"며 "뮤지컬을 통해 주옥같지만 단지 그때 유행이 되지 않은 서태지의 음악들이 재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제작진은 노래 가사 하나 바꾸지 않았다. 김 작가는 "첫 미팅 때 서회장님(서태지 별명)이 먼저 '가사를 바꿔도 좋다'고 하더라. 우리로선 가사의 배치를 바꾸는 것도 정말 조심스러웠는데 의외였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소설과 음악이 자연스레 통했기 때문이다. '나'를 '너'로 바꾸는 주어나 목적어의 인칭 변경은 있었다.
뮤지컬은 원작과 달리 시대적 배경이 미래다. 김 작가는 "서태지의 실험적이고 강렬한 록 사운드가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에 보다 어울렸고 시대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2090년대 오랑, 세상에 불행한 사람은 없었다. 시민들은 질병과 죽음이 없는 이 도시가 '완벽'하다고 믿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던 날, 한 여자가 쓰러졌고 원인 불명의 병 '페스트'가 무서운 속도로 번진다. 시민은 고립됐고 이제껏 1%의 지배층이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진은 더욱 극적인 무대를 꾸미기 위해 악의 두 축을 세웠다. 페스트 백신을 통해 돈과 권력을 쥐려는 '코타르'와 은폐와 체제유지에 급급한 오랑시 시장 '리샤르'다. 김 작가는 "카뮈의 소설은 소설로서는 좋지만 무대화하기에 임팩트 있는 사건이 부족했다"며 "악역을 세우고 타로와 시장을 여자로 바꿔 극적 설정과 입체적인 캐릭터, 박진감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부조리한 세계에 저항해 허무감을 이기고 휴머니즘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카뮈의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했다.


1947년에 나온 소설이 지금 공연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페스트'가 2016년 현재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페스트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일 수도 있고 미디어를 통해 헛된 약속과 '뻘소리'를 하고 시민을 하찮게 여기는 상위 1%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남의 시선에 맞춰가며 우르르 따라하고 비판하는 시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뮈는 알고 있었을까. 그는 소설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유)는 알고 있었다.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7월22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