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별 직무 다양성, 계량평가 부작용 등 감안해 도입 검토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핵심은 공정한 평가시스템인데, 금융사를 '감독'하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성과평가시스템을 손질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1999년부터 팀장급(3급) 이상 간부 직원에 대해 매년 근무성적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평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4급 이하 수석조사역, 선임조사역, 5급 조사역은 호봉제다. 금감원은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문화 확산 가이드라인'에 맞춰 4급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사역을 뺀 선임과 수석조사역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4급 이상 선임 수석조사역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비공개설명회도 가졌고 노사교섭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금감원 업무의 특수성이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 구획이 많아 성과 측정 지표를 계량화하고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 또 영업부서처럼 수익을 내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적평가가 어렵다.
예컨대 검사 횟수 등 계량평가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하면 검사를 자주 나가는 유인을 만들고, 이는 금융사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검사횟수와 같은 항목을 계량평가해 성과평가체계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사와 금감원 내부 직원들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한 평가체계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별로 업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와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보직이나 업권별로 성과평가에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내부 시각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런 점을 감안해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되, 평가가 불리한 직무에 한해서는 절대평가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반발하는 것도 부담이다. 민간 금융사들도 성과연봉제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금융사 감독의 주체인 금감원이 성과연봉제를 놓고 내부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조와 직원들에게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최대한 협의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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