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지역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후원금도 들어오지 않는 국방위원회에 오시게 된 것에 위로를 드립니다.
여의도 밖에서 바라볼 때는 국방위원에 당대표후보, 대선주자, 4선이상의 중진들이 포진되어 있으니 상원과 같은 느낌이 들지만 현실은 대부분 정책보다는 정치에 시간할애를 하셔야 하기에, 혹은 상임위 배정에서 양보를 하셨거나 밀려서 오신 분이 대부분이시겠지요.
그럼에도 국방위원회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곳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족 중 누군가는 군복을 입고 있기에 그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헌법이 말하고 있는 군의 문민통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방위원회 4년과 정보위원회 2년의 경험을 통해 느낀 몇 가지 '국방위원 매뉴얼'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학습의 필요성입니다. 국방위뿐만 아니라 우리 국회는 업무 매뉴얼이 없습니다. 저는 처음 상임위를 배정받고 지난 10년간의 국방위원회 속기록을 스프링노트로 만들어서 읽어보았습니다. 10년을 정했던 건 여당이었을 때와 야당이었을 때의 정치적입장이 상호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는데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둘째,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과도하게 많은 영문약칭과 군사용어를 사용합니다. 통합전술체계라고 해도 될 것을 C4I라고 기록하고, 비군사적요소라고 쓰면 될 것도 DIE라고 표현합니다. 대단한 군사적 함의가 숨어있는 것 같지만 사실 별것도 아닌 것입니다.
국회에 보고되는 문서는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에게 보고하는 것이니 매번 국민이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의 문서로 변환해서 보고할 수 있도록 제안해주십시오. 그래야 국방부도 국회도 바뀝니다. 그럼에도 장관이 하는 말은 알아먹어야 하겠기에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것도 매뉴얼이 없어서 저는 육·해·공 사관학교의 4년간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셋째, 심리전에 당하지 마십시오. 방산비리라는 것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제가 경험해보니 방산비리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관급장비사업, 긴급소요사업, 대외군사판매(FMS)입니다. 이 셋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사업에 비해서 준비기간도 짧고 사업내용도 은닉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국회가 관심 가져할 것은 긴급소요사업입니다. 국방예산은 5년과 10년에 걸친 중장기계획을 통해서 조정되고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등을 통해서 논의됩니다. 그런데 남북관계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핑계로 긴급소요사업이라는 것에 예산 배정을 요구합니다. 북한의 무인기가 발견되면 레이더사령부를 창설하고, '노크귀순'이 벌어지면 철책의 경계를 위해 CCTV를 설치하는 사업 같은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업은 중장기계획에서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었거나 현재의 예산으로는 시급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지만 각각의 부서나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구입은 심리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심리전에 넘어가서 누군가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대리인이 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네 번째는 콩나물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국방위에 있으면 수천억 원짜리 비행기부터 수백억 원짜리 탱크의 이야기들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땀 흘려 일하는 65만 장병들의 삶입니다. 그리고 군대를 가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 군복무를 마친 예비군들의 처우에 대한 것입니다. 그들이 오늘 저녁 먹을 콩나물 반찬에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삶을 바꾸는 정치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광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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