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뉴욕증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흐름을 보여줬다. S&P500 지수는 브렉시트 결정 후 24일, 27일 이틀간 거래에서 5.3% 폭락했다. 하지만 이후 4거래일 동안 5.1% 오르며 지난주 2102.95로 마감됐다. 브렉시트 투표 당일이었던 23일 종가 2113.32를 거의 만회했다.
S&P500 지수는 결과적으로 지난주 3.22% 올라 주간 기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5주만의 상승마감이었다. 다우와 나스닥 지수도 3.15%, 3.28% 반등했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은 2.59% 올랐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2.83% 상승했다.
브렉시트 충격에도 증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렉시트 전 '긴축'에 초점이 맞춰졌던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부양'으로 다시 급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주 영국중앙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가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언급해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도 동일한 행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돈이 더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뒤바뀐 것이다.
결국에는 긴축 행보에 가장 앞장섰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미국의 6월 고용지표가 공개된다.
브렉시트가 정치적 이벤트인만큼 세계 정치권 움직임에도 계속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일정이 시작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례 총회도 진행된다.
이번주 뉴욕증시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휴장 후 5일부터 나흘간 거래가 이뤄진다.
◆美고용시장 5월 충격 벗어날까=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는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24일 하루만에 49.3% 폭등했던 VIX는 이후 5거래일간 43.6% 하락해 브렉시트 투표 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안정됐다.
다만 브렉시트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채권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5%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주 후반 2거래일 동안 하락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수준인 1.44%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 반등 분위기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꺾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브렉시트 이전 수준까지 주가가 회복된만큼 이번주 뉴욕증시가 지난주만큼 강한 상승탄력을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숨고르기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주에는 후반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5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 규모는 2010년 9월 이후 최저인 3만8000개에 그친 바 있다. 월가는 고용시장이 5월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6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8만개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회복과 함께 고용시장도 5월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Fed가 향후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지표 외에 5월 공장주문(5일) 5월 무역수지, 6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지수(이상 6일) 5월 소비자 신용(8일) 등의 지표가 공개된다.
◆NATO 정상회의= 금융시장은 향후에도 계속해서 정치 이벤트에 휘말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유럽의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대선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UBS의 줄리안 엠마누엘 투자전략가는 "지난주와 같은 시장 변동성은 미국 대선 전까지 3~4차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가장 주목되는 정치 이벤트는 영국 집권 보수당의 차기 대표 선출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후임 선출 작업에 돌입한다. 5일 1차 투표에서 후보 중 최저 득표자가 탈락하고 2차 투표가 7일 진행될 예정이다. 제 2의 대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8~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도 주목받는 정치 이벤트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의 안보 역량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서방의 주요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차 7일 폴란드로 향하며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는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주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가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BOE가 5일 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며 카니 총재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中상하이 G20 장관회의= 주말인 9~10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에서는 주요 20개국(G20) 무역장관 회의가 진행된다. 세계 교역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브렉시트가 역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10일 참의원 선거가 진행된다.
경제지표로는 일본에서 5월 경상수지가 8일 공개된다. 중국에서는 6월 외환보유고가 8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0일 발표된다.
2일 중국에 도착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6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방중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만날 예정이며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등 중국 기업 수장들과도 만나 그리스에 대한 투자를 주문할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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