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난달 집중점검…돈 몰린 부동산시장 불법백태
32개월 동안 72번 위장전입…실거래 신고 깜빡하는 경우도
세금 덜 내려 '다운계약'…대출 더 받으려 '업계약' 하기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부산에 살고 있는 동창을 만난 자리에서 주택 청약에 당첨돼 한 달 만에 4000만원을 벌었다는 말을 들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생긴 김씨는 분양하는 단지마다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부산의 신규 아파트 당첨을 위해 주소를 옮겼다. 그러나 당첨에는 실패했다. 이후 김씨는 32개월 동안 72회에 걸쳐 전국 각지로 위장전입했다. 2014년에는 한 달 동안 네 번이나 주소를 옮겼다. 결국 당국에 덜미를 잡힌 김씨는 검찰에 기소돼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경북 안동에 맘에 쏙 드는 땅을 발견한 이모씨. 그러나 자금이 여의치 않아 고민에 빠졌다. 땅 주인 윤모씨는 빨리 팔아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둘은 5억8000만원에 거래를 하면서 계약서는 7억원으로 쓰는 것으로 말을 맞췄다. 이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이른바 '업계약'을 유도한 것이다. 이씨는 향후 땅을 되팔 때 양소도득세까지 아낄 수 있단 생각에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사실이 들통나면서 과태료 3492만원을 물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불법거래 단속에서 드러난 사례들이다. 국토교통부가 관련기관과 지난달 21일부터 실시한 집중 점검에선 과다 청약 등 불법행위 7건이 적발돼 기소됐다. 또 분양권 다운계약 의심사례 700여건을 발견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부산에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의 불법천막 50여개가 철거됐고 서울 강남에선 중개보수요율을 적지 않거나 중개보수를 규정보다 많이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저금리에 부동산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불법 거래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행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지연신고, 미신고, 자료미제출 등으로 올해 적발된 1712건 중 83%(1419건)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주택 매입 이후 2개월 내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연신고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정부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싸게 거래가 이뤄진 경우 소명자료를 요구하는 데, 이에 응하지 않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다운계약'을 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8억7000여만원에 매입한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을 3000만원 낮춰 신고했다 적발,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각 1386만원의 과태료를 내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서울 강남과 위례, 하남, 부산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관리시스템(RTMS)을 통해 집중 점검한 결과 3029명을 적발해 104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떴다방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견본주택 등 현장을 수시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며 "특히 단기간에 분양권을 여러 차례 거래한 경우는 RTMS를 통해 검증하고 다운계약 가능성이 높아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이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관할 세무서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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