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원금 나눠갚는 '여신심사 선진화방안' 5개월
거치1년 제한·원금 균등분할상환에 집사기 꺼려
중도금대출 보증강화, 불만 더 커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해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부지런히 청약을 시도해왔던 직장인 신모(35세)씨. 그는 올 가을 만기일에 맞춰 전셋집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번번이 청약에서 당첨되지 않은데다 기존 아파트를 구매하기엔 대출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신씨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원금까지 같이 갚게 되면 매월 부담이 클 것 같다"며 "대부분 반전세라 전셋집을 찾기도 어렵겠지만 만기일까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까지 처음부터 나눠갚도록 한 '여신심사 선진화방안'이 실시된 지 5개월. 집을 매입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대출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최대 1년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되도록 원리금을 균등 분할상환하도록 권유함에 따라 부담 정도는 2배에 달한다.
A은행 영업점 여신담당자는 "분양 아파트에 집단대출로 들어가는 잔금대출은 10년까지 거치가 가능한데 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치가 1년으로 일괄 제한된다"며 "임대업자로 등록하는 등 편법이 있기는 했지만 당국에서 수시로 지침이 내려오고 있어 최근에는 아예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로인해 주택을 구매하려던 수요자들은 전세 물건을 찾아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47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9000억원(4.2%) 늘어났다. 서울의 전셋값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19.2% 오른 영향이 크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여신심사선진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규제가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집을 매입하기는 어렵고 전세는 월세화되며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시장구조에서 출구가 좁아진 꼴"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예정처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이 가계부채 부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비거치 분활상환' 일변도의 정책 기조가 지나치다고 진단했다. 최미희 예정처 산업사업평가과장은 "기존과 같은 형태의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이 있는데 거시적 지표만 가지고 전체 대출구조를 바꿔 여러 정책과 조화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수요자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중도금대출 보증을 강화하면서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분양아파트의 중도금대출 시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수도권ㆍ광역시의 경우 중도금 6억원, 주택가격 9억원, 1인당 2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고분양가 움직임을 붙잡기 위한 조치지만 실수요자들로서는 주택 구매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43세)씨는 "능력만큼 빌리고 갚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실수요자가 주택구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는만큼 거치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지금의 규제를 탄력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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