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자금 문제 없다"고 하더니…
박대영 사장 "해양플랜트 인도 연기 등 자금부족"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즉각적인 유상증자가 필요하진 않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6월8일)
"유상증자를 연내에 해야 한다."(6월29일)
삼성중공업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말을 바꿨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유증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 새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삼성중공업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삼성그룹은 "유동성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회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오너, 그룹 차원의 지원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채권단의 요구에도 "만기 채권만 연장해주면 자생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 사장은 29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선사 빅3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와 만나 "연내에 유상증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건조가 끝난) 드릴십을 (선주가) 찾아가지 않으면서 돈이 계속 나가고 있고 실제로 자금이 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까지 '자금 문제가 없다'던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서두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금융권이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고 못을 박은 상황에서 만기 채권 연장도 어려워져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거제삼성호텔, 판교 빌딩 등 비핵심 자산 매각 역시 각각 공단, 경기도와 협의할 게 많아 늦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인도 연기 논란도 불거졌다. 박 사장은 오는 9월 예정이었던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의 인도가 연기됐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안팎에서 의아해하고 있다. 일단 인도 연기가 발주처의 요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같은 프로젝트의 다른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인도 연기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 역시 인도 유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이 95%로 마지막 작업만 남았는데 9월 인도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당초 정상적인 여신 지원을 감안해 자금계획을 수립했는데, 신규 차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유상증자가 속도를 내게 됐다"면서 "CPF는 출항일까지의 남은 기간과 작업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기 가능성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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