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기업의 비용이기도 하지만 개인 소득의 원천이 돼 유효수요를 형성한다. 그래서 임금 구조의 설계는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공공기관의 임금 구조는 300여개 공공기관이 표준화된 체계를 갖추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성과 연봉제에 대해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될 이유이다. 이는 2015년에 도입된 임금피크제와 더불어 조직의 인력관리와 성과를 좌우하게 될 매우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아픈 것은 참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아무리 보수를 많이 받아도 옆의 동료가 더 받으면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기준이 중요하다.
과거 공공부문의 보수 체계를 설명하는 개념은 호봉제였다. 직급별로 보수표를 달리하면서 1년 지나 호봉이 올라서 월급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조용히 있으면서 시간에 몸을 맡겨야 한다. 시간이 흘러야 호봉이 상승하고 보수가 증가해서다. 공공부문의 안정성과 계속성을 중시하는 구조이다. 정치권력에 공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직자의 신분을 보장했고, 그래서 직업공무원은 실적주의와 결합해 한국 공직 사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공익을 공공이 독점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 공공은 개방됐다. 공익을 공공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도 추구할 수 있고 독점이라는 단어 대신에 경쟁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보면 모든 절차와 가치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개방과 경쟁의 시기에 성과는 핵심적 전략이 된다.
만약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성과를 측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면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 첫째는 자신이 일하는 것의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공공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을 하면서 바쁘다고 한다"라는 지적이 이러한 맥락에 있다. 둘째는 소비자나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장이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월급을 준다고 인식하면 자신의 업무가 향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셋째 그래도 성과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부서, 기관은 없어져도 된다는 의미를 보여 준다.
성과를 측정했으면 관리를 해야 한다. 우수한 직원에 대한 포상은 조직에 활력을 줄 것이다. 경쟁, 성과 그리고 인센티브가 맞물려 있는 이유이다. 물론 조직 내 지나친 경쟁이 협력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과공유제와 같은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 개인별 성과 관리에 더해 조직이 함께 노력해 달성한 성과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성과 연봉제를 반대하는 논리가 아니라 보완하는 논리이다.
한국무역진흥공사의 경우 과거에는 업무 부담이 적은 부서나 생활여건이 좋은 선진국 무역관을 선호했지만, 성과 관리를 강화한 이후에는 사업수요가 있는 부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오지라도 자원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실례로 '검은 돌풍'이 불고 있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3급 가운데 가장 유능한 직원이 자원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성과 관리 체계를 통해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 관리가 고도의 과학적인 지표를 개발하는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합의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지표를 결정해 노력한 만큼 보수에 차등을 두는 조직 관리 기법이다.
구글, GE 등 글로벌 기업이 평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자와 부서장이 함께 평가결과를 조정하고, 평가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하는 평가체계를 설계해 구성원의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참조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기능을 누가 수행할 할 것인가 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은 여전히 중요하다.
시간의 흐름을 기다리는 호봉제에서 성과를 강조하는 성과 연봉제의 도입은 한국 공공부문 관리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 前 공공기관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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