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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패러다임 전환, 한국경제 생존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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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패러다임 전환, 한국경제 생존의 필수조건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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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현재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한편으로는 조선, 철강, 해운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산업의 구조개혁이란 난제를 풀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조업과 ICT를 융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도 올라타야 한다. 둘 다 한국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인 만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CT의 융복합이라는 방향이 분명히 나와 있고, 정부와 기업들도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은 좀 덜하다. 그래서 당장 염려하는 부분은 구조조정이다. 큰 그림이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나온 것이라곤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은행이 총 1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 줌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게 거의 전부다. 채권은행단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자구계획안을 받고, 법원이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도 나름 큰 진전이다. 또 부총리 주재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 것도 있기는 하다.

또 이런 것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와 있다.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과연 이것이 세계적인 공급능력 과잉이 발생하고 있는 조선 산업에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살릴 진정한 해법인지는 의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어 휘청거리고 전후방산업까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국가경제와 조선업 전체의 미래를 내다본 조선산업 재편을 위한 산업정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아쉽다. 조선업체를 1~2개로 줄이라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고언을 귀담아 들은 것 같지도 않다. 당장 경영위기에 빠진 일부 기업 살리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정부나 채권단, 산업계는 수주 1위 등 '규모의 경제' 신화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다른 중후 장대 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그렇다. 애플과 구글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테슬라는 고급 전기차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3만달러대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등 전기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움직이는 컴퓨터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을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혁명도 불러 올 것이다. 전기차가 대중화한다면 화석연료 가격이 급락하고 석유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패권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국가로 이전될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온실가스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2100년까지 탈탄소를 선언한 주요 7개국(G7) 정책방향과도 맞다. 네덜란드는 이미 2025년에는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해놓았다. 이런 세계 조류 때문에 한국이 전기차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도 나라도 미래는 없다는 섬뜩한 경고마저 나와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기에 서 있다. 앞으로 5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 세계 최대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ICT를 접목해 크게 변하고 있고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느리다. 그럼에도 배터리, 전기저장장치, ICT,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긴 하지만 전환을 거부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것은 나날이 진보하며 나날이 새로워지지 않는 것은 퇴보한다. 진보하지 않는데도 퇴보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성현의 말씀은 1000년이 지난 지금에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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