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공기청정기 필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유독물질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5개 회사의 공기청정기 필터 가운데 2개에서 옥틸이소티아졸리논(OIT)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OIT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성분이다. 미국 노동부가 유해물질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OIT는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소싸이아졸론 계열에 속하는 물질이다.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며, 어류 등 수생환경에도 유해한 물질로 확인됐다. 호흡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흡입했을 경우 폐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유해성 때문에 OIT는 2014년부터 환경부가 유해물질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도 논란이 일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공기청정기 필터의 성분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위해 우려 제품 15종에 대해 살생물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방향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코팅제, 방청제, 김서림방지제, 접착제, 물체 탈ㆍ염색제, 문신용 염료, 소독제, 방부제, 방충제 등이었다.
환경부가 15종 외에 공기 청정기 필터를 전수조사 대상에 추가하기로 한 것은 가정용 공기 청정기 필터에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살균제 성분의 유독물질이 들어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가 시중에 팔린 제품을 일부 수거해 독성 연구를 시작했지만 1차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환경부는 유해성이 입증되기 전이라도 생활화학제품 안전검증위원회를 열어 OIT가 포함된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판매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산업부와 함께 우선 OIT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 필터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해 다음 달 중순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OIT 방출량 실험, OIT 독성정보 수집, 노출시나리오 작성, 위해성 평가 등이 진행된다.
1차 검증결과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기 중 농도와 흡입 노출률 등 실제 사용조건에서의 위해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정밀검증도 실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의 불똥이 공기청정기를 넘어 에어컨과 정수기 등 다른 기기로 퍼질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크다"면서 "환경부 검사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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