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다. 하지만 금융서비스 부문 수출 규모는 세계 1위다. 유럽 금융 허브 런던의 존재 때문이다. 런던은 대(對)유럽연합(EU) 금융서비스 수출만으로 매년 30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수준이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을 끄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런던 때문이다. 만약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런던은 금융 허브로서 위상을 크게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CB는 유로 결제 청산 시장은 유로존 내에 있어야 한다며 이미 영국 정부와 충돌한 전례가 있다.
설마 했던 브렉시트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시 과연 어디가 포스트 런던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포스트 런던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다.
현재 시장 규모로만 따지면 파리가 우위다. 파리의 금융산업 종사자는 14만5400명으로 프랑크푸르트의 6만2500명을 크게 웃돈다. 런던의 금융산업 종사자는 40만에 육박한다.
파리는 BNP파리바를 비롯해 유럽 10개 대형 은행 중 네 곳을 품고 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유럽 10대 은행은 도이체방크가 유일하다. 주식시장 규모도 파리가 두 배다. 파리에 있는 유로넥스트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시장이며 상장사 시가총액은 3조4000억유로다. 반면 세계 10위인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 뵈르제 시가총액은 1조7000억유로다.
규모 면에서는 파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프랑크푸르트는 유로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유로존 대형 은행들을 관리감독하는 ECB라는 커다란 자산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의 존재만으로도 프랑크푸르트가 유럽의 또 다른 금융 허브라는 평도 있다.
금융산업 규모 면에서 격차도 줄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헬라바 은행에 따르면 2008~2013년 사이 파리의 금융산업 종사자는 8% 감소한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헬라바 은행은 그 이유를 ECB의 존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헬라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게르투르드 트라우드는 "ECB는 큰 자산"이라며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금융연합회의 후베르투스 베스는 영국 금융거래의 약간만 프랑크푸르트가 뺏어와도 프랑크푸르트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에 따르면 런던은 프랑크푸르트보다 10배 큰 시장이다. 런던 시장점유율 1%만 가져와도 프랑크푸르트 시장이 10% 커지는 셈이라고 베스는 말했다. 영국은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의 금융 허브답게 유로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다. 하루 2조달러 규모의 유로 표시 거래가 이뤄진다.
프랑크푸르트의 또 다른 강점은 파리에 비해 생활비와 세금이 적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조사한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 순위에서 파리는 20위, 프랑크푸르트는 30위였다. 파리 노동자들은 총소득의 49.6%를 사회보장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그 비율이 19.3%에 불과하다. 월 임대료 비용도 파리는 1610유로인데 프랑크푸르트는 1220유로에 불과하다.
컨설팅업체 '머서(Mercer)'가 조사한 삶의 질 순위에서 프랑크푸르트는 7위에 올라 각각 37위, 39위에 그린 파리와 런던을 압도했다.
파리는 Z/옌 그룹의 세계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 했다. 세계에서 32위, 유럽에서 7위에 머물렀다. 런던 외에도 취리히, 룩셈부르크, 제네바, 프랑크푸르트, 뮌헨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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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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