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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실 주세요"…中 수능 '가오카오' 이색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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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부근 호텔 6번 객실 부킹 경쟁…6은 순조롭다는 뜻의 '류(流)'와 발음 비슷

"606호실 주세요"…中 수능 '가오카오' 이색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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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시작해 9일까지 무려 940만명의 수험생이 치른 대학 입학 수학능력 시험인 '가오카오(高考)'로 중국 전역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중국의 청춘들에게 가오카오는 인생의 첫 관문이다.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올해부터 커닝 등 부정 행위자는 형법으로 최고 징역 7년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그러나 인생이 걸린 시험이니 올해도 중국 각지에서 부정행위가 속출했다. 개정 교육법에 따르면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자는 시험 자격을 박탈당하고 이후 1~3년간 아예 시험조차 볼 수 없다.

가오카오는 587년 처음 실시된 관리 등용 제도인 과거(科擧)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하이(上海) 소재 교육 전문 싱크탱크인 21세기교육연구원의 슝빙치(熊丙奇) 부원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가오카오 점수에 따라 진학 대학과 직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6일 발표된 '2016 중국 가오카오 장원(狀員ㆍ수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장원들이 가장 많이 택한 전공은 경제학이다. 보고서는 1952~2015년 중국 대륙과 홍콩에서 배출된 지역별 장원 3000여명의 성별, 진학 대학 및 전공, 출신 고등학교ㆍ도시, 직업 선택 등을 담고 있다.

대륙에서는 31개 성(省)ㆍ직할시ㆍ자치구별로 가오카오를 따로 치른다. 따라서 전국 수석 없이 한 해 총 31명의 장원이 배출된다.


대륙 출신 장원이 가장 많이 택한 전공은 경제학(20.4%)이다. 이어 경영(19.3%), 전자정보(6.7%), 법(6.1%), 인재양성ㆍ생명과학(각각 5.3%), 컴퓨터과학(5.2%), 건축(3.9%), 물리(3.4%), 자동화ㆍ중어중문(각각 2.9%) 순이다.


대륙 출신 장원이 주로 진학한 대학은 베이징(北京ㆍ835명)과 칭화(淸華ㆍ668명)다. 이어 푸단(復旦ㆍ55명), 중국과학기술(54명), 홍콩(50명), 런민(人民ㆍ30명), 대외경제무역(25명), 홍콩중원(中文ㆍ14명), 중산(中山ㆍ11명), 난징(南京)과 홍콩과학기술(각각 10명) 순이다.


가오카오는 특히 1억명을 웃도는 지방 학생에게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지방은 도시보다 교육환경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마다 명문 대학 입학생 쿼터제를 운영한다. 그러니 성 당국이 현지 학생을 많이 할당하게 마련이다. 지방 학생이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현지의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중국 교육제도 전문가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스콧 로젤 연구원은 "중국 도시 거주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지방 학생의 7배, 명문대 진학 확률은 11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슝 부원장은 "중국의 교육제도 자체가 불공평해 불평등은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근원은 '후코우(戶口ㆍ우리의 호적과 유사)' 제도다. 교육 등 모든 사회복지는 후코우로 결정된다. 지방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의 부모는 타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후코우에 따라 수험생은 부모가 태어난 곳에서 가오카오를 치러야 한다. 학생이 부모의 고향에서 살아본 적조차 없어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가오카오에 앞서 시험장 부근 호텔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시험장에서 가까운 호텔 객실을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숙박 요금은 평균 15% 이상 오른다. 소음이 적은 고층 방일수록 요금은 더 올라간다.


일부 호텔은 '가오카오방', '좡위안(狀元ㆍ수석 합격)방', '진방티밍(金榜題名ㆍ시험에 합격하다)방' 등 합격을 기원하는 이름의 방까지 꾸며 판매한다.


중국인들은 숫자 '6'을 좋아한다. 6은 순조롭다는 뜻의 '류(流)'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부근의 한 호텔은 6층 객실 모두를 '가오카오방'으로 꾸며 판매했다.


가난한 성의 교육예산은 부유한 연안 도시보다 훨씬 적다. 2014년 상하이 당국이 초등학생 한 명당 지출한 평균 교육비는 1만4518위안(약 254만6600원)이다. 가난한 구이저우(貴州)성의 경우 3237위안에 불과하다. 슝 부원장은 "가오카오 점수에서 지방 학생들 성적이 평균 40점 낮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입에서 가오카오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당국이 대학 측에 학생 선발 재량권을 더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내신성적과 교사의 추천에 따라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교육 당국은 광둥(廣東)성 주장(珠江)삼각주 등 일부 지역 공립학교에 이주 노동자 자녀를 더 받아들이라고 명했다. 그리고 이들 학생에게 부모가 일하는 지역에서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국은 학생 쿼터제도 손봐 가난한 중ㆍ서부 지역 학생들이 더 좋은 동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주 노동자 자녀를 수용할 경우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불평등 제도로 득을 보는 도시의 학부모들은 제도개선에 반발하고 있다.


당국이 최근 빈곤 지역 학생 7만8000명을 사정이 좀 나은 장쑤(江蘇)성ㆍ후베이(湖北)성 소재 대학에 수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반발은 거세졌다. 지난달 중순 장쑤성 난징(南京)의 성정부 청사 앞에서 성난 학부모들이 "성장, 당장 나오라"고 외치며 시위했다.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것은 타지 학생을 받아들일 경우 자기 자녀의 대학 진학 확률이 줄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후 장쑤성 당국은 성내 대학에 수용할 현지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을 달랬다.


일부 젊은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베이징의 학생은 지방 학생보다 점수가 좀 낮아도 지방 학생들을 제치고 명문 베이징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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