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세운 회사는 창립이래 최대위기…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가(家)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의 비상 상황을 배경으로 재현될 분위기다. 한일 롯데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사실상 '패자'로 남게 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검찰의 압박수사를 받고 있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신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지난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신동빈 회장 중심의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표면화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3000억원 이상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어 사이트(http://www.l-seijouka.com)'에 관련 성명을 게재,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롯데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부당하게 경영에서 배제하고, 신 회장 중심으로 굳어진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이 새롭게 표면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사태에 대해서는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에 "이번 사태의 전모를 해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줄곧 우세했던 건 동생 신 회장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본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확인했고, 한국의 계열사 사장단들이 공식적으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올해 초 부터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 신년인사를 통해 '원 롯데' 행보를 시작했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역시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경영권에서 손을 놓게 됐다.
신동빈 회장이 본인 중심의 '원 롯데'를 내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거진 이번 사태를 신 전 부회장은 반전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사태 직후 일본어 성명을 통해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 첫번째 행보로 읽힌다. 다만 여론전 이외에 주주들을 우호세력으로 돌리지 못하면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당시 신 총괄회장은 고열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었다. 현재 상태는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등은 신 총괄회장의 입원 수속과 진행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 8일 한국으로 입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은 당분간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신감정은 지난 1월 그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법원이 지시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감정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신 총괄회장이 입원 이틀만에 무단퇴원, 정신감정을 강력히 거부하면서 사실상 법원이 성년후견인 지정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적신호를 보내고,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려면 신동빈 회장 측의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은 아직 롯데그룹의 검찰조사 상황에 대해서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압수수색 당일 소식을 접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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