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저항성 민감해 출고가를 올릴때 마다 되풀이
가격 책정은 업주 자율, 상한선 없고 규제도 못해
주류업계, 50원 올렸는데 인상 원죄로 비춰져 억울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 회사 회식으로 고급 주점에 간 직장인 김모씨는 메뉴판을 보다 소주 가격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반 음식점에서 3000~4000원에 판매되던 소주 가격이 1만원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 회식으로 본인이 직접 계산을 하지 않았지만 차후 일반 음식점에서도 소주가격이 오를수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 서울 강남 번화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높아진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 값 등으로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음식값을 올릴 경우 인근 가게와 비교돼 손님이 떨어져 엄두를 못내지만 소주 가격의 경우 비교적 자유로워 최근 소주값을 5000원으로 올렸다.
서민 애주가들이 소주값 인상에 두 번 울고 있다. 지난해 연말 국내 소주업체들이 일제히 출고가를 올리면서 일반 소매점의 소주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를 비롯 소주업체들은 소주 제품 출고가를 약 5~6% 인상하며 출고가격 1000원 시대를 맞았다. 업체마다 출고가는 약 50~60원 가량 인상됐지만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는 1000원 정도 인상해 기존 3000~4000원대인 가격이 4000~5000원으로 올랐다.
소주 가격은 통상 출고가 기준 도매상이 5~20% 가량의 이윤을 붙여 소매상에 넘긴다. 소매상은 관리비와 인건비, 임차료, 전기료 등의 비용을 감안해 출고가 대비 2~3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음식점에 납품되는 소주 가격은 병당 200원, 관리비 등을 고려할 때 약 500원 이상 인상됐다.
이를 음식점과 주점에서 자율적으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최종 소비자가 사먹는 가격이다. 일반 업소의 가격 책정은 업주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상한선은 없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받는 업소가 있다 해도 특별히 규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조사가 5~6% 가격을 올리는데 식당 판매 가격은 5배나 높은 25%를 올려 판매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류업체들도 소주의 경우 가격 저항성이 민감해 출고가를 올릴 때 마다 되풀이되는 식당 등에서의 높은 인상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실제 출고가는 50원 내외지만 식당에서의 소주가격 인상의 원죄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주류가격 인상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식당에서의 높은폭 가격인상이 주류업체의 출고가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여겨 억울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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