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BIS 맞추기 위한 韓銀동원이 핵심…나머지는 구색맞추기"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8일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부담을 주는 한국은행 발권력이 동원 된 것은 나쁜 선례"라며 "(기업의) 부실을 키워온 책임이 두 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있지만 책임있는 진단과 혁신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책은행들이 미온적인 혁신, 과거의 악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혁신 내용으로 자본확충만 받아 구조조정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1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에 자금을 지원할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총 12조원을 직·간접적으로 출자키로 했다. 정부가 1조원 규모의 주식을 수출입은행에 현물 출자하고, 나머지 11조원은 한은이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두 경우 모두 정부가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1조원 현물 출자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재정 투입방식이고, 나머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라며 "현물출자와 한국은행의 발권 모두 국회를 우회하려고 억지로 짜낸 정책조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에서 발권된 통화가 최종적으로는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통해 국책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데, 혹시 법을 어기거나 편법인 측면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중간에 도관은행(한국은행의 자금을 받아 집행하는 기관)이나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면착사유를 찾으려 할지 모르나, 한국은행이 취해야 할 올바른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어 "국책은행과 관련해 최소한의 자성의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을 뿐더러 부실이 누적되는데 기여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어떠한 내용도 들어가 있지 않다"며 "체계적인 지역경제대책, 실업대책도 없고 중대형 조선사에 기자재를 납품했던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결제 대책도 빠져있다. 오로지 국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금조달에 한국은행 동원하려는 것이 정부계획의 촛점이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국책은행도, 기업도 제대로 혁신하고 국민에게 최소한의 부담을 안기면서 구조조정 자금을 제대로 환수 할 수 있는, 또 구조조정으로 아파할 실업자와 지역에 대한 종합대책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 구조조정이다"라며 "자본확충과 구조조정은 다른 것이라는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당부했다.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김 정책위의장은 "야당으로서 할 일은 책임을 받게 할 부분,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부분, 자본확충 방식이 갖는 편법성에 대한 지적, 국책은행 자체에 대한 개혁, 회계법인 개혁 등"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국회는 원칙에서 벗어난 구조조정, 책임지지 않는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