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드로 선수 친 구글
데이드림으로 VR 플랫폼 구축
20년 전 이미 VR 연구한 애플
핵심인력 영입하면서 VR 뛰어들어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정보기술(IT) 공룡 구글과 애플이 가상현실(VR)에서 맞붙었다. 이미 2014년 VR기기 '카드보드'를 출시한 구글은 플랫폼까지 장악하려하고, 뒤늦게 VR에 뛰어든 애플은 VR 기술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추격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의 VR 플랫폼 장악 시도, 데이드림 = 구글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의 개발자회의 I/O 2016에서 안드로이드용 고화질 모바일 VR 플랫폼 데이드림을 선보였다.
데이드림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헤드셋, 애플리케이션(앱)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한 플랫폼이다. 차기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N'부터 적용되며, 유튜브나 구글 스트리트뷰 등을 통해 VR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기존에 구축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반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데이드림 플랫폼을 표준으로 만들어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맞춰 여러 업체들도 데이드림용 VR 제품과 콘텐츠를 출시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은 데이드림 플랫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일렉트로닉아츠(EA), 넷플릭스, HBO, MLB.COM,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게임과 VR 동영상, 드라마, 영화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는다.
이밖에 구글은 카드보드를 업그레이드한 VR기기를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드보드가 VR을 알리는 맛보기 제품이었다면 새로운 VR 기기는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겨냥한 승부수인 셈이다.
◆맹렬히 추격하는 'VR 1세대' 애플 = 사실 애플은 VR의 원조격이다. 애플은 이미 21년 전 '퀵타임(QuickTime) VR'이라는 VR기기를 개발한 바 있다.
퀵타임 VR은 1995년 애플 내 개발 그룹인 휴먼 인터페이스 그룹이 개발한 일종의 360도 사진 형태의 VR 기술이다. 수 백 만번 촬영한 사진들을 한 장씩 이어 붙여 사용자가 마우스로 사진을 움직이며 입체적인 공간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VR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애플은 다시금 VR에 대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이미 링스 컴퓨테이셔널 이미징(듀얼카메라), 메타이오(증강현실), 페이스시프트(모션캡처), 이모션트(표정인식) 등 VR관련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여기에 MS와 VR업체 라이트로 출신 연구원으로 이뤄진 수백 명 규모의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은 지난 1월 VR 분야의 미국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더그 보먼 버지니아공대 교수의 영입이다. 이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콘퍼런스 콜에서 "VR은 매우 멋지고 흥미로운 기술"이라며 VR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애플의 VR 기술이 곧 공개될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3월 말 고글형태의 VR기기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는 등 VR 관련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했다.
현재 애플이 개발 중인 VR 솔루션 '애플 VR(가칭)'가 오는 13일 열릴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는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 VR은 구글 카드보드 또는 삼성 기어 VR처럼 스마트폰을 장착해 VR 영상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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