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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노란리본, 다음엔 왜 '포스트잇' 추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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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사회 역설, 행동으로 정서적 교감 실천…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 드러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열심히 일한 19살 청년의 죽음…."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주변. 지난 28일 승강장 정비작업 중 '사고사'를 당한 김모(19)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스트잇'이 이어졌다.

안전 관계로 추모 장소는 옮겨졌지만, 시민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누군가는 국화를 놓고 가고, 애도의 묵념을 전하며, 포스트잇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한다. 김씨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떠남의 길은 외롭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시대에 포스트잇을 통한 '손편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에 누군가와 정서적 교감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촛불·노란리본, 다음엔 왜 '포스트잇' 추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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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메마른 사회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가장 익숙했던 과거의 풍경을 되살려 놓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손글씨를 통해 뜻을 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10번 출구 주변은 포스트잇으로 물결을 이뤘다. 수많은 행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안타깝게 삶을 마무리한 20대 여성을 추모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의 포스트잇 추모는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추모의 방식은 사회를 투영하는 하나의 거울이다. '촛불 추모'가 대표적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됐던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 사건부터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애도 현장까지 어김없이 시민의 촛불이 거리를 밝혔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노란 리본'은 추모의 상징물이 돼 버렸다. 여전히 '말머리'를 통해 촛불이나 노란리본 상징물을 전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때는 온라인 추모 문화가 더 보편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포스트잇 추모'는 과거와는 다른 이번 사건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피해자 애도 자체에 무게가 실려 있다면, 최근 강남역 사건 등은 남의 얘기가 아닌 나의 얘기라는 인식이 더 강한 편이다. 자신의 정서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포스트잇을 통한 손편지가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할 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메일보다는 손으로 써서 표현하는 것이 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포스트잇 추모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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